[원더풀 시니어] (131)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원더풀 시니어] (131)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10.0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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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인내가 필요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의 관리 누사덕은 마음이 넓기로 소문난 사람으로서 성품이 따뜻하고 너그러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생겨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동생이 높은 관직에 임용되자 동생을 불렀다.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 남의 시샘이 클 터인데 너는 어찌 처신할 셈이냐”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닦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에 형이 나지막이 타일렀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를 것이야.” 화가 나서 침을 뱉었는데, 그 자리에서 닦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니, 닦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당부였다.

이 이야기는‘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다.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라고 SNS를 통해 보았다. 대통령 시절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고 하니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었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퇴계 선생도 유학의 경전 중 3언 12자를 뽑아 정성껏 써서 벽에 붙여 놓고 늘 보았다 하니 사무사(思無邪), 신기독(愼其獨), 무자기(毋自欺), 무불경(毋不敬)이다. 생각에 사사로움을 없애고, 홀로 있을 때 자신을 조심시키며, 스스로 속임이 없으면, 공경하지 않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관리의 좋은 사례로 자기 관리가 사전적 의미로는 자기를 가꾸고 살피는 일로 건강을 비롯하여 사회적 관계, 이미지 등 올곧고 좋게 관리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과 자기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다. 왜냐하면 타인은 나의 보고 싶은 면만 보려 하고 자기는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개의 사람은 착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좋은 사람의 틀 속에 자신을 두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참모습이 아닌 위선의 가면을 쓰게 된다.

그런데 지금의 정보문화 발달은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짧은 문장으로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 트위터를 개설해 놓으면 언제 어디서나 글을 올릴 수 있고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 경제인,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에 의해 남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생활의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보니 선거직이나 고위직 공무원에 나가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할 것이다.

거대 양당의 대선주자들이 전국을 돌면서 민심 얻기와 토론회 등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화천대유, 오징어게임, 공약 베끼기 등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난장판이다. 어떻게든 상대방의 약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잘못된 정보라도 자기에게 유리하면 마구 쏟아내고 트위터의 블로그로 공개하고 비난 댓글이 달리면 금방 내려버리며 ‘아니면 그만이고’식의 ‘내로남불’ 무책임 발언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한 점의 티가 없는 사람 어디 있겠나만 그래도 자기관리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대이다. 무사덕, 퇴계, 오바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나의 눈으로만 보지 말고 때로는 남의 눈으로도 보면서 자신이 자기의 참 주인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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