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마을이 되살아난, 안동호반 예끼마을
예안마을이 되살아난, 안동호반 예끼마을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10.07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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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 건설로 수몰민이 세운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
안동호 선성수상길과 선성현문화단지 등 호반 주변 풍경이 일품
선비순례길의 1코스인 안동호 선성수상길. 장희자 기자

뜨락을 거닐자니, 달이 사랑을 따라오네
매화 언저리를 몇 차례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깃에 향내 머물고 꽃 그림자 몸에 가득해라.

(달밤에 매화를 읊다. 퇴계 이황) 

 

예끼마을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선성길 14번지에 있다.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예안마을 이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행정구역상 예끼마을은 안동 도산면 서부리에 속한다 주민 일부는 여전히 예안마을이라고 부른다.

과거 예안마을은 안동에서 가장 상권이 발전된 곳이었다. 이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 부모를 따라 터전을 이곳으로 옮겼다. 경북 영양, 안동, 봉화 등 인근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예안장이 열렸다. 우(牛)시장도 크고 장옥(長屋)을 만들 정도로 활발했다.

예끼마을 홍보 캐릭터. 장희자 기자

이 마을은 안동댐 건설 이후 경제적으로 쇠락하였다. 안동시에서 2015년선성현 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착공하였다. 3대 문화권 사업 중 전략사업의 일환으로 33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도산면 서부리 일원 5만600부지에 과거 선성현 옛 관아를 복원하였다.

선성현은 예안현의 옛 지명으로 고려 왕건 때 이름 붙여졌다.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전통 한옥 체험관으로 구성된다. 주요 시설은 객사, 동헌, 역사관 등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 단위 한옥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민가촌도 운영되고 있다.

2015년 유명 아트디렉터 한젬마와 인연으로 도산 서부리 예술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하였다. 마을 골목도 정비하였다. 담장에 그림을 그려 벽화골목도 조성하였다. 가게 간판들도 깔끔하고 개성 있게 교체하였다. 침체된 마을에 예술을 입혔다.

안동호 수면위에 1㎞거리 수상길. 장희자 기자

마을 내 과거 관아 건물(선성현)은 근민당 한옥 갤러리로 변했다. 마을회관은 작가들의 화실로 꾸몄다. 우체국은 공방으로 탈바꿈하였다. 예술의 끼가 있다는 뜻의 예끼마을이 탄생하였다. 예끼마을은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는 이야기가 있는 마을이 되었다.

예끼마을앞 안동호반에 선성수상길도 조성되었다. 2017년 말 3대 문화권 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안동선비순례길 91㎞의 9개 코스 중 하나이다. 안동호 수면 위에 길이 1㎞, 폭 2.75m의 수상 데크를 설치하였다. 경북개발공사가 처음 발주하였다. 현재는 안동시가 운영 관리하고 있다.

선성수상길 중간에 1909년에 개교해 현재 위치에 수몰된 예안초등학교 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학교의 옛 사진도 있다. 학교는 한국국악진흥원 옆으로 터를 옮겼지만 지금은 폐교됐다고 한다

예안초등학교 수몰지 위에 전시된 옛사진. 장희자 기자

관광객들에게는 물 위를 걷는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수몰로 인한 실향민들에게는 고향 동네를 다시 밟아보는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아련한 걷기 여행길이다. 선성수상길 끝지점에는 호반자연휴양림과 산림교육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안동호와 주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1976년에 조성한 마을이라 바둑판처럼 구획된 모양이다. 단순한 느낌도 들지만, 정겹고 유쾌하다.  마을에 벽화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선성현문화단지 입구 골목에는 냇가 풍경을 트릭 아트처럼 꾸몄다. 선성수상길 입구에 선성현문화단지가 있다. 산성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쌍벽루에 오르면 안동호의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수상 데크에서 바라본 선성현문화단지와 마을. 장희자 기자

청산을 등지고 맑은 강물을 마주보고 있어 쌍벽루(雙碧樓)라는 이름을 얻었다. 현감 임내신이 처음 세웠다. 아름다운 모습을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목재의 부식방지와 방충을 위해 옻칠을 하였다.

임진왜란때 화를 면했으나 선조 38년(1605) 대홍수로 떠내려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려 지나는 나그네들이 정자에 올라 보았다고 한다. 누각 안에는 퇴계 이황과 농암 이현보를 비롯한 6인의 시가 걸려 있다 

산성공원은 선성산성(宣城山城)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다. 선성산성의 축성 시기는 7세기 경 통일신라 전후로 추정된다. 면적은 1만2천881㎡, 성벽의 길이는 약 500m로, 후삼국 시대부터 임진왜란 때까지 성곽으로서의 방어선 기능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강 풍경을 내려다보며 강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산성공원 가는길 중간에 조성해 놓은 쌍벽루.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