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의 36단계 운전, 핸들 맡긴 후 보험료 200% 인상
# 출발 전
차를 30분 이상 닦는다. 운전석에 앉는다. 시동 걸자마자 '키이익~!' 소리를 듣는다. 안전벨트를 맨다. 안전벨트를 풀고 줄 꼬인 것을 푼다. 안전벨트를 다시 맨다. 안전벨트를 풀고 핸드백을 옆자리로 옮긴다. 다시 안전벨트를 맨다.
1단 기어를 넣는다. 출발과 동시에 '덜커덩!' 시동이 꺼진다. 기어를 3단에서 중립으로 옮긴 다음 다시 1단으로 넣는다. 다섯 번 덜컹거린 후 출발한다.
# 출발 후
시속 50km에 도달한다. 기어를 2단으로 바꾼다. 오른손으로 카 오디오를 켠다. 왜 차선이 두 개나 바뀌어 있는지 이상해 한다.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간다. 참다못한 뒷차가 빵빵거린다.
고개 뒤돌리고 째려본다. 왜 중앙선을 넘어가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할 준비를 한다. 와이퍼가 왜 작동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며 끈다. 좌회전을 한다. 뒷차가 빵빵거린다. 차선 세 개를 가로질러 우측 차선으로 이동한다.
# 주차장 도착
주차 공간 하나를 발견한다. 20여 분 동안 전진· 후진 10cm씩 왔다리갔다리 한다. 제자리임을 확인한다. 주차선 반쯤 걸쳐 놓고 내리다가 뒷차 운전자에게 혼난다. 인도로 차를 올린다.
차에서 내려 목적지로 간다. 5분 후 뛰어와서 차에 꽂힌 차 키를 뺀다. 목적지로 향한다. 다시 돌아와서 차 문을 잠근다. 다섯번째 만에 목적지로 다시 걷는다. 초가을 날씨지만 땀으로 지워진 화장빨이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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