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찾았던 조국을 떠나면서..
30년 만에 찾았던 조국을 떠나면서..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1.10.01 10: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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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산층을 둘러본 재미 동포를 만났다

 

서울에 와보니 웬만한 동네는 모두 고층 아파트다. 가정집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중 화장실도 미국에서는 부자들만 쓰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고 주차티켓도 뽑지 않고 자동인식 카드 하나로 주차장을 출입한다. 비밀번호로 현관 문을 연다. 집에 앉아서 멕도날드 햄버거, 치맥을 배달시키고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달렸고 거실에는 목받이 소파가 놓여있고 전등은 LED이며 주방가스도 리모컨으로 켜고 끈다. 

​미국 부자 동네에서 살았지만 현관 입구부터 사치스러운 장식품에 놀랐다. 창문을 열면서 미국 아파트의 뻑뻑해서 레일을 벗어나는 문과 비교하며 괜히 밀었다 당겼다 해본다. 수백 개의 TV 채널이 방영되고 지하철, 고속철도, 상점가, 버스 정류장 등 가는 곳마다 초고속 와이파이가 잡힌다. 정류장마다 몇 분 후면 기다리는 버스가 온다는 정보도 떠, 6~70년대에 먼지나는 도로를 쳐다보며 기다리던 풍경도 사라졌다. 편리한 지하철,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요금이 싼 택시도 타고 푸짐한 음식과 디저트를 맘껏 즐겼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정치는 얼마나 헛짓을 하는지, 전세값이 얼마나 비싼지, 아이들 교육 시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등, 만나는 사람마다 불평불만이 대단했고, 이민 간 내가 부럽다고 야단이다. 땅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시민들이 많았고 주차장에는 고급수입차가 즐비하고 아이들 스포츠니 예능을 고액과외 교육시키는 가정이 흔했다. 

​​미국과 비슷한 주택 가격이면서도 룸의 수는 두 배나 많고 전세 대출이라는 부동산임대를 통해 매달 싼 이자(연 2%)를 지불하는 한국인들이, 비슷힌 평수면서도 비싼 모기지(부동산 담보 대출이자)를 매달 내는 미국인을 더 부러워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연봉이 나의 절반도 안되면서 더 좋은 차를 몰고 더 비싼 걸 먹고 더 편리하고 사치한 생활을 하면서도 만족을 모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나라 경제에 관한 여러가지가 궁금하기만 햐다.

​미국에 비하면 의료 보험, 병원 치료비가 열 배나 싼데도 일반 서울 시민들이 느끼는 삶은 오히려 불행해 보였다. 미국은 50대 중년이 되어 툭하면 해고로 쫓겨나야 하는 현실,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미국 3대 반도체 기업의 엔지니어였다가 직장을 잃어 몇 개월을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나로서는 무척 의아스럽고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은 초고속으로 압축 성장한 나라로 기네스북에 올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을 세계가 다 알지만,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은 모르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해서 겨우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더 좋은 고급 아파트를 여러 채 소유하려고 위장 전입을 하고 차명 소유를 한다' '더 넓은 땅을 가지려고 가짜 농사를 짓고 위장 경작을 한다' '여차하면 먹튀 하려고 이중 국적을 가진다' '반미 반미를 외치면서 자기 자식은 미국에 유학을 보낸다' 등, 압축 성장의 과실을 권력을 거머쥔 공직자, 귀족 노조, 586 강남 좌파들의 행태 말이다. "북한은 배 고파서 못살고 남한은 상대적 빈곤감에 배 아파서 못산다"는 말뜻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민족은 5000년을 배고프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뚱보가 늘어나고 당뇨와 혈압 환자가 줄을 선다. 공중에서 본 국토는 온통 푸르렀다. 산에는 나무가 너무 많아 매해 간벌을 해야 할 지경이다. 거미줄 같이 뻗은 고속도로, 다목적댐과 4대강사업으로 물은 항상 넘실댄다.  세상은 이렇게 풍요롭게 푸른데 국민은 왜 불그스럼해 지려 하고,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가? 바로 '빈익빈 부익부'를 주도한 정치 세력 때문이라 생각했다.

​좁은 땅에 사람이 너무 많다. 늘 북적대며 경쟁하며 살아간다. 이웃을 멀리하고 경계한다. 북쪽에 야만인들이 산다. 그들은 배가 고프면서도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핵폭탄이다. 그들과 친해지려는 세력이 있다. 대통령이 그들과 한편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그들은 우리를 핵폭탄으로 협박하는데도 마땅히 대항할 수단이 없다. 유일한 것은 한미 동맹인데 이것마저 흔들린다. 국민들의 전전긍긍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3월 9일은 5년 만에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일이다. 부디 바른 한 표를 행사하여 백척간두의 조국을 재건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비행기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