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교육청의 친절로 행복했던 하루
경북 청송교육청의 친절로 행복했던 하루
  • 정재용 기자
  • 승인 2021.09.13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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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귀감이 될 만한 한 선생님의 친절
그로 말미암아 지자체 품격 돋보여

지난 10일 오후 3시경 A씨는 경북 청송교육지원청(이하 청송교육청 또는 교육청)을 방문했다. A씨가 재직할 당시는 ‘청송군교육청’이었다. A씨는 1971년 청송교육청 관내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학교도서실(지금은 도서관이라 한다)에서 ‘청송교육’ 잡지를 발견했다. 청송교육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책자였다. 발령 첫 해인가 그 다음 해인가 그도 글을 한편 냈더니 다행히 실렸다. ‘칭찬과 꾸지람에 관한 소고(小考)’라는 제목이었다. 그에게도 책이 한 권 주어졌다.

그런데 이사를 거듭하는 동안 그 책자가 그만 사라졌다. 첫 발령의 기념으로 간직하려던 꿈이 깨어지고 말았다. 고동색의 표지 글씨가 눈에 선했다. 그는 궁리 끝에 교육청에 물어보기로 했다. 사진으로나마 찍어둘까 해서였다. 전화는 실례일 것 같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고도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다가, 퇴직하고도 수년이나 지난 이날 교육청을 찾은 것이었다.

청송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캡처
청송교육지원청 홈페이지 캡처

먼저 도서관에 들렀다. 담당자가 그런 책은 교육청의 사무실에 보관한다며 옆 건물을 가리켰다. 다시 코로나 예방수칙대로 열을 체크하고 전화번호를 적었다. 현관 곁에 있던 안내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사연을 듣고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캔 커피를 들고 나왔다. 자신은 당번이라서 서고로 사람을 보냈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동안 얘기를 나눴다. 당번은 직원들이 한 시간씩 돌아가면서 선다고 했다. 임시직인 줄 알았더니 교장연수를 받은 상태였다. 조금 있다가 서고에 갔던 직원이 책을 들고 나타났다. 1991년 청송교육을 내밀며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고 했다. 그때 것은 필경사가 쓴 손 글씨였는데 갖고 온 것은 활자판이었다. A씨와 선생님 서로가 미안하다고 했다.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라고 했다. 차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 가져가서 마시겠다고 했다. 재빨리 사무실로 가더니 한 개를 더 들고 왔다. A씨는 고마운 마음에 어디로 발령 나는지 보게 이름을 부탁했다. ‘한애경’이라고 했다.

차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데 한 선생님과 서고에 갔던 직원이 다가왔다. 직원의 손에는 현관에 들어갈 때 전화번호를 적었던 노란색의 폴더가 들려 있었다. 부산한 소리에 도서관 직원도 나왔다. 한 선생님이 혹시 다른 데 있을지 찾아보겠으니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전화번호 옆에 표시를 했다.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바라보이는 교육청 뒷산의 청송(靑松)이 한결 푸르렀다. 비록 헛수고에 그쳤지만 A씨의 가슴은 솔바람 타고 밀려드는 행복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