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백일홍
[야생화 이야기] 백일홍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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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꽃피운 최초의 꽃

항공우주국(NASA)의 키엘 린드그렌이라는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우주 미니 농장에서 상추재배에 성공한 후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과연 꽃이 어떻게 필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선택된 씨앗이 바로 백일홍이다. 수많은 씨앗 중에 백일홍이 선택되었으니 백일홍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특별히 백일홍이 선택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백일홍은 상추와 다르게 환경이나 조명의 특징에 아주 민감하고 발육 기간도 상추보다 훨씬 더 길어서 우주비행사들은 백일홍 키우기에 성공하면 토마토도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주 최초로 발화에 성공하여 우주정거장에서 예쁜 꽃을 피운 백일홍은 전 세계에 타전되었고 그 백일홍은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지금은 백일홍의 계절이다. 다양한 표정과 다양한 색깔로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받는 꽃이다. 꽃말도 ‘멀리 있는 벗을 그리워한다거나, 변하지 않는 마음,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다’ 인데 그리움과 관련된 꽃말이 많은 것은 슬픈 전설에서 연유한다.

이무기의 악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어촌의 작은 마을, 그 마을을 우연히 지나던 청년 무사가 제물로 뽑한 처녀를 구해주겠다며 이무기를 죽이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무사는 이무기를 처치하는데 성공하면 하얀 기를, 혹시 실패해서 죽게 되면 붉은 기가 배의 난간에 달릴 것이라고 말하며 일주일 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였다. 잠도 자지 않고 기도를 올리던 처녀는 일주일 후에 바다로 나가보지만 붉은 기가 걸려 있는 배를 보고 크게 상심하여 바다에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청년 무사는 이무기를 처치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이무기의 피가 하얀 기에 물들어 붉게 물들어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 매년 100일 동안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꽃이 바로 백일홍이다.

전설은 참 아날로그적인데 현실은 첨단 과학의 힘으로 우주까지 가서 꽃을 피운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