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에 '이삭여귀 꽃'이 한창이다
대구수목원에 '이삭여귀 꽃'이 한창이다
  • 이원선 기자
  • 승인 2021.09.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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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역귀(逆鬼)’를 들어서 이름의 유래를 설명
새까맣게 변한 주둥이(입)에서는 연신 맛있단다
오전 11시가 지나면 시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란다
연분홍의 이삭여귀 꽃, 크기가 팥 알 만하다. 이원선 기자
연분홍의 이삭여귀 꽃, 크기가 팥 알 만하다. 이원선 기자

가을은 맞은 대구 수목원에 이삭여귀가 연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웠다. 팥 알 정도의 크기라 모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수목원을 들어서서 왼쪽으로 접어든 지점에서 기다란 꽃대에 총총 꽃을 매단 이삭여귀가 무리를 지어 가을맞이를 하고 있다. 넉 장의 꽃잎 속에서 고개를 쳐든 수술이 조그마해서 앙증맞다.

여귀는 일본, 대만,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번식은 종자로 하며 열매는 약재로도 쓰인다. ‘여귀’란 이름에 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귀신을 쫒는다는 역귀(逆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여귀를 집 가까이에 심어두면 집안으로 들어오려던 잡귀가 줄기에 조롱조롱 매달인 꽃을 세다가 밤은 샌다는 것이다. 이에 한자 ‘역귀(逆鬼)’를 들어서 이름의 유래를 설명한다.

이삭여귀 꽃. 이원선 기자
이삭여귀 꽃. 이원선 기자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여귀의 종류는 약 30여 가지에 달한다. 그중 어릴 적 많이 접했던 여귀는 물여귀와 고추여귀다. 물여귀는 순해서 소 여물로 많이 사용했다. 7~8월이면 실개천 가장자리에 지천으로 흐드러졌다. 이름이 물여귀라 그런지 소죽 솥에 넣고 삶으면 다른 소꼴과는 달리 물이 많이 우러났다. 이와는 달리 고추여귀는 매웠다. 이름에 고추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멋 모르고 만진 손으로 눈을 비볐다가는 눈물 콧물로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다.

이런 매운 성질 때문에 조무래기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다. 또래의 아이들은 물고기가 생각날 적에는 으레 고추여귀를 찾았다. 매운 고추여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먼저 고기가 있을만한 바위를 찾아 돌과 모래 따위로 빙 둘러서 성을 쌓았다. 그리고는 돌에 간 고추여귀의 즙을 물속으로 흘려 넣는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리면 매운맛을 톡톡히 본 물고기가 비실비실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는 그냥 주워 통째로 모닥불에 구우면 된다. 소금 간이 없어도 새까맣게 변한 주둥이(입)에서는 연신 맛있단다.

지금이 한창으로 핀 꽃무릇(석산)꽃. 이원선 기자
지금이 한창으로 핀 꽃무릇(석산)꽃. 이원선 기자

길 가장자리에서 최경순(대구 파동)씨가 허리를 구부리고는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연신 촬영 중이다. 궁금증이 일어 “무얼 그렇게 열심히 촬영하세요?”하고 물어보자 “이삭여귀가 이쁘게 꽃을 피웠네요!”한다. 최경순씨의 말에 따르면 가을을 맞아 수목원을 올 적마다 들여다 보았지만 이렇게 예쁘게 핀 이삭여귀 꽃을 보는 것은 처음이란다. 이삭여귀의 꽃을 보려면 지금이 적기며,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오전 11시가 지나면 시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란다.

이삭여귀 외에도 대구 수목원으로는 가을을 맞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널려있다. 지금이 제철인 꽃무릇(석산)을 비롯하여 산비장이, 벌개미취. 코스모스 등이 수목원 곳곳에서 꽃을 피웠다. 작금의 ‘코로나19’라 팬데믹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혼잡한 도심보다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수목원을 찾아 가을의 정취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삭여귀는 오늘, 내일을 가리지 않고 당분간은 계속해서 피고 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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