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노송을 위한 꽃무릇의 열정 춤마당, 거창 갈계숲
장수 노송을 위한 꽃무릇의 열정 춤마당, 거창 갈계숲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9.24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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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여 본 꽃무릇이 만개한 국가산림문화자산 갈계숲
임훈 3형제의 세 정자, 노송, 하천과 어우러짐
갈계숲에 만개한 꽃무릇. 장희자 기자

한 줄기가 천 그루의 만 가지 되어
봄바람, 좋은 비에 가만히 날로 불어났네 
사람이 나서 어쩌면 저렇게 오래 살 수 있나
해마다 오래 보살피고 때로 길이 길렀기 때문이지

(가선정운,  임훈)
 

갈계숲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 농산리 361-1번지에 있다. 소정천(蘇井川) 하중도에 있는 숲이다. 1982년 11월 23일 거창군 천연 보호림 제2호로 지정되었다. 북상면의 13경 중 제3경으로 꼽힌다.

덕유산의 송계사 계곡에서 흘러나온 소정천이 남동 방향으로 곡류한다. 북상면 일대에서 거창 위천과 합류한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하천이 운반하고 있던 암설이 퇴적되어 하중도가 형성되었다.

가선정 앞 정자, 꽃무릇, 아빠와 아이. 장희자 기자

하중도가 육지화로 진행되는 단계에서 갈계숲이 조성되었다. 조선 명종 때부터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은 폭 100m, 길이 300m, 면적 2만㎡ 정도의 타원 형태이다. 이곳에는 평균 수고(樹高) 22m, 수령 200~300년 된 소나무, 물오리나무, 느티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2018년 7월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받았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산림 생태·경관·예술·정서·학술적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유형 또는 무형의 산림문화자산을 산림청이 국가적으로 지정한다.

갈계숲은 갈천(葛川) 임훈(林薰, 1500~1584)이 노닐던 숲이다. 조선 명종 때 6현신(六賢臣)의 한 사람이다. 이조판서에 추증되었으며, 효행으로 이름이 높다. 갈계숲의 본래 이름은 은사(隱士)의 정원을 이르는 ‘임정(林停)’이다.

가을 하늘 아래 도계정과 꽃무릇이 어우러진다. 장희자 기자

갈천 임훈의 호를 따라 세워진 가선정이 있어서 가선림으로도 불린다마을 이름을 따 치내숲, 청학교가 놓인 뒤 청학림이라고도 불린다. 풍경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이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갈계숲은 꽃무릇 명소로도 유명하다. 2014년부터 사업비 3천만 원을 들여 약 8만 본의 꽃무릇을 조성하였다. 9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만개했을 때는 장관을 이룬다. 수백 년 된 노송들이 세 개의 정자를 품고 있는 갈계숲은 하천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풍긴다.

숲속에는 가선정(駕仙亭), 도계정(道溪亭), 병암정(屛巖亭), 신도비 등이 세워져 선비들의 학덕을 기리고 있다. 운동 기구와 벤치 등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일상의 쉼표가 되기도 한다.

병암정, 꽃무릇, 노송이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로 다가온다. 장희자 기자

청학교를 건너면 먼저 나오는 정자는 가선정이다. 가선정은 신선이 노니는 정자라는 뜻이다. 임훈의 덕망을 추모하기 위하여 후손들이 1934년 숲속에 건립한 정자이다. 정자 안에는 임훈의 가선정운’과 밀성 박봉기, 월성 김동준 등의 시가 걸려있다. 그림도 있는 개성있는 공간이다. 

두 번째 정자는 도계정이다. 임훈의 첫째 아우인 도계 임영(林英)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정자이다. 누각 건물로 가운데 칸에 방을 두고 계자난간을 둘렀다. 동서남북 네 방향 모두 문이 달려 있다. 이 방에서 보는 갈계숲과 가선정은 일품이다. 도계정 바로 뒤에는 임영을 기리는 경모재가 있다.

담장 너머 숲의 끝에는 병암정이 있다. 병암정은 삼형제 중 막내 임예의 증손인 병암 임여남(林汝枏)을 기려 지은 정자다. 자연에 뜻을 두고 마을 서쪽 시냇가에 있는 바위를 병암이라 이름 지었다. 병풍같이 둘러쳐진 수려한 이곳에 노닐면서 자신의 호도 병암으로 지었다.

청학교 옆 정자와 노송과 꽃무릇이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다. 장희자 기자

그가 죽자 그 유허지에 후손들이 병암정사를 지었다. 선비들과 강학하고 시문을 읊었으나 1868년에 불이나 없어졌다. 오랜 공론 끝에 1909년 갈계숲에 병암정이라 이름하고 중창했다. 정자 안에는 임기홍이 지은 병암정 중건기와 판상시, 임만희의 칠언절구 등이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