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채송화 피고 지고
[시골 꽃 이야기] 채송화 피고 지고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9.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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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작아도 화려한 꽃

우리 집 뒷방인 수월당으로 가는 길목에 채송화가 빨간색과 분홍색을 띠고 피어 있다. 몇 해 전 신문기사를 쓰기 위해 천연감물염색체험장에 방문했다가 채송화를 보고 씨앗을 얻어 와서 뿌려 놓은 것이다. 옛날에는 아주 흔한 꽃이었는데 요즘은 보기 드문 아련한 추억의 꽃이 되었다. 자랄 때 많이 불렀던 동요 '꽃밭에서'도 채송화가 등장한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이었는지 채송화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꽃을 가꿀만한 여유가 없어서인지 꽃밭이 없었다. 꽃은 학교에 조성되어 있던 화단에서만 볼 수 있었다.

화려하게 핀 채송화. 장성희 기자
화려하게 핀 채송화. 장성희 기자

교실 앞쪽의 화단에는 채송화, 분꽃, 나팔꽃, 봉선화, 맨드라미, 사루비아, 백일홍, 해바라기 같은 꽃들이 심어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채송화는 그 꽃들 중에서 키가 가장 작지만 가장 강렬한 색을 가지고 있어 눈에 잘 띄었다. 그 옆에는 언제나 봉선화가 있었다. 우리 집에도 채송화 옆에는 봉선화가 있다. 채송화와 봉선화는 그 어떤 사연이 있어서 늘 붙어 다닐까. 아마도 둘 다 해마다 알아서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는 화초여서 일 것이다. 궁합이 잘 맞는 화초들임이 분명했다. 그 뒤에는 맨드라미가 있었는데, 꽃 모양이 닭볏처럼 괴이하게 생겨서 무섭게 보였다. 맨 뒤에는 해바라기가 버티고 있었다. 햇빛을 잘 보라고 키 순서대로 심어 놓은 것 같았다.

붉은 빛 채송화. 장성희 기자
붉은 빛 채송화. 장성희 기자

채송화는 키가 작지만 화단에 있는 여러 꽃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기억이 난다. 화려한 여러 색깔의 꽃을 피우지만 마치 땅과 대화라도 나눌 듯이 낮게 퍼진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 부부를 닮은 것 같아 정이 조금 더 간다. 겸손함을 갖추되 자존감을 지키는 채송화는 그래서인지 ‘순진’, ‘가련’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채송화 피고 지고. 장성희 기자
채송화 피고 지고. 장성희 기자

꽃은 정오쯤 지나서야 확실히 볼 수 있다. 아침에는 봉오리였다가 정오쯤이 되면 활짝 피어나고, 오후 2시 경이면 시들기 시작해 저녁이 되면 오그라들면서 져버리는 하루살이꽃이다. 채송화를 보면서 오늘 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감사하게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