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끝, 처서(處暑)
더위 끝, 처서(處暑)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8.23 10:0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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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14번째 절기로, 처서 무렵의 날씨가 한해 농사를 결정한다.
벼 이삭이 패여 황금빛이 번지는 가을 들판(안동시 풍천면). 정신교 기자
벼 이삭이 패여 황금빛이 번지는 가을 들판(8월22일, 안동시 풍천면). 정신교 기자

올해는 8월 23일이 처서(處暑)다.

처서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으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14번째 절기다.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23일 밤, 남해안으로 상륙하면서 더위를 확실하게 끝내줄 것 같다.

처서를 지나면서 날씨가 쾌청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루 중 낮과 밤의 기온 차, 일교차가 커진다.

 

가을날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이 참으로 길었습니다.

-----중략-----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숙케 하여

마지막 단맛이 진한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하략-----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문예출판사, 2014)

 

식물은 광합성작용으로 포도당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호흡작용으로 에너지를 얻어서 생장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식물의 호흡작용이 줄어들면서 당분을 축적하게 된다.

그러므로 처서 무렵의 날씨가 특히 한해 농사를 결정한다. 경남 지역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이 줄어들고, 백로에 비가 오면 백석이 준다.’라고 한다. 전북 지방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는 말이 있다.

처서 기간에 농부는 곡식과 고추 등을 말리고, 부녀자는 의복을 말린다. 선비들은 여름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리는 포쇄(暴曬)를 하는데, 시원한 바람에 거풍(擧風)하고 햇볕에 포쇄(曝)하며, 때로는 그늘에 말리는 음건(陰乾)을 하기도 한다. 조선 시대에는 사고(史庫)에 별관들을 파견하여 실록을 포쇄했다.

들판에 참깨를 말리고 있다(안동 풍천면). 정신교 기자
들판에서 참깨를 말리고 있다(8월22일, 안동시 풍천면).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