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이프]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고동현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마이라이프]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고동현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 장기성 기자
  • 승인 2021.08.20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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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80번 완주하는 게 나의 목표다. 나는 내 묘비명에 이런 글을 남기고자한다. “나는 결코 걷지 않았다"
런던마라톤대회
2015년 런던 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하여 풀코스를 4시간34분24초에 완주한 후, 태극기를 들고 만면에 미소를 띠며 기뻐하고있다. 고동현 제공

그의 카톡 바탕화면에는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나이가 쉰이 넘어 시작한 마라톤이지만 국제적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04년 미국 보스턴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미국 시카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의 도쿄 국제마라톤 대회를 연이어 완주했다. 대한민국에서 쉰 번째 그랜드 슬램 기록보유자이다. 일흔한 살에 아직도 성취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데, 여든 살까지 풀코스를 여든 번 완주하는 게 꿈이란다. 한국인 남성의 기대수명이 80.3세가 아니던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라 부러움의 경지를 넘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8월의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날, 그를 찾아 나섰다. 도착한 곳은 서울 송파구의 한국마라톤협회가 아니라, 대구 소재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이사장 사무실이었다.

 

-마라토너의 꿈인 국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들었다. ‘그랜드슬램’ 달성이란 마라톤에서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란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주요 4개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흔히 ‘그랜드 슬램’이라고 부르는데, 아마추어 마라톤에게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대회에 풀코스로 네 차례 참여하게 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봉주 선수 같은 프로선수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직업적으로 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2004년 미국 보스턴대회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 메이저 마라톤대회인 베를린(2010년), 시카고(2011년), 뉴욕(2014년), 런던대회(2015년)를 완주했다. 그러니 2015년에 4개 국제대회를 완주함으로써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코로나 이전인 지지난해에는 일본 도쿄 마라톤대회(2019년)까지 완주함으로서 ‘그랜드 슬램’을 초과 달성한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50번째 타이틀을 거머쥔 것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69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게 더없이 기뻤다. 자랑은 아니지만, 인생에서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자신의 의지와 집념이란 걸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내 개인의 승리이기도하지만 시니어세대의 승리가 아니겠는가(웃음).

세계메이저 마라톤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동현 이사장. 장기성 기자
세계 메이저 마라톤대회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고동현 이사장(71)은 80세까지 80번의 풀코스를 완주하는 게 꿈이다 . 장기성 기자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뛰어야 공인받을 수 있나, 또 완주기록은 얼마였는지

▶일반적으로 마라톤 대회는 크게 ‘경기(競技)성격 마라톤’과 ‘축제(祝祭)성격 마라톤’으로 나뉘는데, 풀코스가 없는 대회는 모두 축제 마라톤으로 보면 된다. 완주거리에 따라 42.195km거리인 풀코스(full marathon)와 풀코스의 절반인 21.0975km거리를 하프코스 (half marathon)로 나뉜다. 하프마라톤은 풀코스의 딱 절반거리이니까, 풀코스 마라톤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만, 5km, 10km는 그렇지 않아서 '마라톤대회'라고 명칭을 붙어도 될는지 의문스러울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뛴 코스는 모두 풀코스다. 완주 기록을 보면, 보스턴 대회(2004년)에서는 3시간46분12초를 시작으로, 베를린 대회는 4시간4분29초, 시카고 대회는 4시간10분8초, 뉴욕 대회는 4시간18분2초, 런던 대회는 4시간34분24초에 이어 도쿄 대회는 6시간29분46초에 도착함으로써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대회’를 명실공히 완주했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지재유경(志在有經)’이란 말이 헛말은 아닌 듯싶다(웃음).

 

-마라톤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다. 한 운동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지인(김형구 대구마라톤클럽 전 회장)이 볼 때마다 나에게 마라톤을 권했다. 당시 나는 고혈압, 고지혈, 복부비만 등 온갖 성인병을 달고 살았다. 건강을 위한 어떤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심혈관질환으로 일찍 돌아가셔 늘 건강에 관심이 많았지만 살다보니 일에 파묻혀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마라톤운동을 결심한 그 날의 기억이 지금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20년 전 일이다. 그 날짜도 또렷하다. 2001년 2월16일 동아리모임에서 앞으로 3년 안에 보스턴 마라톤대회 출전 자격을 따서 2005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겠다고 겁 없이 동창들 앞에서 내뱉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이 실감난다(웃음). 내 딴엔 결심을 다지기 위한 일종의 영웅심이고 퍼포먼스였는데, 당시에 내가 내뱉은 말은 그냥 내뱉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뒷감당도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내뱉은 말을 실현하기 위해 처음 한 것이, 서구 구민운동장을 세 바퀴 도는 거였는데 세 바퀴를 도니 벌써 어지러웠다. 6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운동장 100바퀴를 거뜬히 뛸 수 있게 되었다.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2001년 12월 1일 진주마라톤 대회였다. 기록은 3시간 56분, 대성공이었다. 이후 마라톤으로 살도 빼고 건강도 되찾았다. 이렇게 혹독한 훈련을 2년하고 나서야 드디어 보스턴 마라톤 출전자격을 딸 수 있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3시간 35분 안에 들어야만 했다. 시작한지 2년 만에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33분 기록으로 완주해 보스턴 국제마라톤 출전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숨막히는 2분의 기적이 일어났다. 몸은 가누기 힘들 정도로 흔들거렸지만 마음은 날아갈듯 기뻤다. ‘야호’가 절로 나왔다.

도코마라톤대회
2019년 도쿄국제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후,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의 회한에 빠진 듯하다. 고동현 제공

-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풀코스의 시간대를 3시간대로 좁혔다는데, 나이도 있는데 몸이 따라 주었나

▶마라톤을 하게 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서브3(sub-3)’에 도전하고 싶어진다. ‘서브3’는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것을 말한다. 해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특히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는 꿈의 도전이며, 서브3를 달성하면 흔히 '마라톤 명인(名人)'이라고도 불러준다. 그 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신체도 마음도 서브3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서브3’로 만들지 않으면 ‘서브3’는 절대 불가능하다.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신체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3시간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것은 아마추어들에겐 진짜 꿈같은 얘기다. 코로나 백신주사를 맞으면 코로나에 대한 면역체가 생기는 것처럼 장거리 달리기에 미리 적응해 두면 대회에서 겪을 신체적 부담에 대한 면역체가 생기는 법이 아니던가. 2005년 전주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서브3’을 달성했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아킬레스건이 부분 파열됐다. 병원에서 3번 수술을 했다. 하는 수없이 2년을 쉬었다. 그땐 참 막막했다. 그러나 큰 부상에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한창 아플 때 '불볕더위도, 영하의 칼바람도 형님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다'라는 후배(대구달리네클럽 이구원 사무국장)의 격려 편지가 큰 용기를 줬다. 현재도 허리가 좀 아프지만 대학 동기들(도수회 회원)이 격려해줘 달리고 있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가장 큰 것은 건강이다. 시작 당시 몸무게 77㎏, 허리 37인치였다. 지금은 몸무게 64㎏, 허리 33인치로 줄었고 근육도 탄탄해졌다. 나를 괴롭히던 성인병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마라톤의 매력’을 꼽으라면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

▶마라톤을 하면 육체적 고통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 푹 빠진다는 말인데, 잡념이 사라진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십 년간 나를 괴롭히던 성인병이 마라톤으로 모두 해결됐다. 목표한 바를 이루는 성취감도 크다. 마라톤을 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일도 다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 긍정적 태도가 생기더라. 그런데 혼자 하니 재미가 적더라. 부부가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는 더 크다는 걸 알게 됐다. 부부일심동체라는 말이 있지도 않는가.

동호회 달리네회원들과 함께
2001년에 창립한 '대구달리네 부부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있다. 고동현 제공

-부부가 함께 마라톤을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렇다. 가장 보람된 마라톤 활동 가운데 하나는 2001년 6월 ‘대구달리네 부부 마라톤 동호회’(회장 이구원)를 만든 것이다. ‘달리네’란 이름은 내가 작명한 것으로 ‘달리는 가족’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에 대학동기 등 지인 7쌍(14명)이 모여 창단했다. 지금은 17쌍(34명)으로 늘어났다. 평균 나이 67세로, 전국 최고령 부부 마라톤 동호회로 발전했다. 매주 토요일 합동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 1박 2일 하계수련회, 봄가을 국내 대회 참가, 2년에 한 번 해외 국제대회 참가 등을 통해 건강과 더불어 형제애 같은 우정까지 돈독히 다져 가고 있다. 마라톤을 혼자 하면 재미없고 무미건조함이 느껴지더라. 몸이 안다. 아무래도 부부가 함께 달리면 힘들 때 서로 위로해주는 등 소통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가 함께할 취미가 있는 게 좋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주 토요일 달성군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새벽에 만나 1시간30분씩 훈련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연습을 했는데 평균 20~30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실력은 물론 결속력이 대단하다. 이런 게 삶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코로나가 지나가면 뛰기를 계속할 것이다.

고동현 메달
세계 6대 메이저 대회에 참여한 공적으로 수여받은 메달세트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50번째 수여자가 되었다. 고동현 제공

-마라톤을 하면서 에피소드나 일화 같은 게 있다면..

▶언뜻 생각나는 게 하나 있다(웃음). 마라톤을 하면서 20만원이 넘는 고가 마라톤화 밑창이 너무 빨리 닳는 게 싫어 자동차 타이어를 운동화 뒤꿈치에 붙였다. 왠걸 이게 부상의 지름길이었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다. 모든 제품은 제 기능에 맞게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있다는 걸 이때 처음 알게 됐다.

 

-현재 대구 서대구산업관리공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데, 어떤 일을 주로하고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마라톤과 관련이 없는 일인데, 질문을 하니 어쩔 수없이 답변하겠다(웃음). 본 공단은 산업단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입주업체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위한 공동사업과 지원사업의 수행을 통해 산업구조 혁신과 입주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종업원 복리증진 및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78년에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었다. 좀 복잡한 얘기가 됐다. 그러니 4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평 회원으로 참여하다가 2013년에 제7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지지난해 3월 또다시 제9대 이사장으로 재선임 됐다. 2,300여개에 달하는 입주업체 대표님들께 받은 성원과 믿음에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서대구역사가 내년 상반기 시험운전에 들어가 하반기에 개통한다. 앞으로 서대구역사가 새로운 교통 요충지가 될 것이다. 물류·유통·서비스산업이 발전하면 산업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서대구산업단지는 전국 최초 재생사업으로 선정 된 산업단지이며, 재생사업의 속도 역시 타 산업단지에 비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도심형 산업단지로 변화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대구시 및 관련 기관과 힘을 모아 최고의 성과를 이루어 낼 계획이다. 또한 서대구고속철도역사개발과 우리 서대구산업단지, 나아가 서구 및 대구시의 발전을 위하여 매진할 것이다. 요즈음은 평일 하루의 일과(日課)는 거의 대부분 공단 일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임기 때 산업단지 재생사업과 서대구역사 건립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한 것에 회원님들과 더불어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랜드슬램 인증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공인인증서다. 마라톤에 참여한 장소, 날짜, 완주기록 등이 꼼꼼히 쓰여져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고동현 제공

-공단 이사장 이외에도 다른 부문의 사회활동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좀 소개해 준다면

▶쑥스런 질문 같은데... 그래도 몇 가지 소개하겠다. 영남대 섬유공학과를 나왔다. 당시 섬유공학과와 의류학과를 통합한 섬유패션학부가 생기게 됐는데 초대 동창회장을 지냈다.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동창회 장학회 기반을 다져 봄가을로 재학생 2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윤리위원회 위원, 대구섬유제품관협동조합 이사장, 대구달성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했다. 달성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며 비용을 절약해 동문장학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영남대학교 총동창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침구류 업체 ‘이화제면’을 경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섬유산업이 옛날 같지 않는데

▶서대구 지역에서 섬유업인 ‘이화제면(二和製綿)’을 1983년 창립해서 지금껏 운영하고 있다. 주로 기능성 침구류를 생산 판매한다. 올해로 38년째다. 물량 공세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량은 적지만 기술을 고급화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가야 한다. 틈새시장을 개발해야 하는데 연구와 아이디어가 성패를 가른다. 현재 경기가 좋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 안목이 없는 사업이란 나침판 없는 항해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혹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나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겐 꿈의 기록인 3시간이내에 들면, ‘마라톤 명인’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를 ‘서브3’라고 한다. 서브 스리 달성을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체중 1㎏을 감량하면 마라톤 풀코스 기록을 3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그 동안 경험상 나의 지론이다. 한때 나의 좌우명은 ‘달리면 정신이 맑아진다’였으나 지금은 ‘Age Runner’로 바꿨다. 골프의 ‘Age Shooter’(=Age Shooter란 골프에서 18홀을 돌면서 자신의 나이만큼 스코어를 기록하는 걸 말한다)에서 가져온 말이다. 자기 나이만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80세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80번 이상 완주하는 게 나의 목표다. 현재 완주기록이 국내대회에서 53회, 국제대회 6회이다. 그러니 총 59회 완주했다. 앞으로 21회를 더 뛸 계획이다. 나는 나의의 묘비명에 이런 글을 남기고자한다. ‘나는 결코 걷지 않았다’라고. 인생은 하루 앞을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지킬 것이다.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고 4층 사무실에서 밖을 나섰다. 들어갈 땐 햇살 가득한 배란다의 풍경과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멀리 떨어져 보이더니, 나갈 땐 무릎 가까이 다가와 몽실몽실 자태를 뽐낸다. 그가 한 말 가운데 “고통이 클수록 그 안에 솟아나는 환희는 그 만큼 더 크다“라는 말이 귀청을 때린다. 만지고 싶도록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되려면 자신을 버릴 정도의 고통이 수반되었으리라. 기자도 밖을 나서면서 조건반사적으로 ‘걷는 게’ 아니라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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