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020’ 노메달 영웅들
‘도쿄 2020’ 노메달 영웅들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8.13 17:0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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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제32회 하계올림픽에서 총 12개의 ‘4위’ 기록, 미국(26개), 러시아(15개), 영국(14개) 다음 4등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서 1년 연기되어 지난 7월 23일 개막한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이 8월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9개 종목, 354명의 선수단(선수 232명, 임원 122명)을 파견한 대한민국은 금 6, 은 4, 동 10개로 16위를 기록하여 1984년 LA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무더위 속에 무관중으로 치러진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여느 올림픽보다 긍정적인 자세와 뜨거운 열정으로 경기에 최선을 다했으며, 스스로 즐기고 환호하며 상대방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한층 성숙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17) 선수는 25일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룩셈부르크 대표인 중국계 니시아렌(58) 선수를 만나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마흔 살이나 차이나는 할머니 선수의 변칙적이고 과감한 플레이에 말려서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마지막 세트에 날카로운 좌우 스매싱으로 제압했다. 단체전에서는 전지희(29) 선수와 복식에서 독일팀에 역전승을 거두었으나 단식에서 분패하여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중 ‘국민 여동생’으로 범국민적 인기를 얻은 신유빈 선수는 첫 월급을 보육원에 보내는 등, 기부 천사임이 알려지기도 했다.

남자탁구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1:3으로 졌다. 복식조인 이상수(31)·정영식(29) 조가 첫 게임에 분패한 영향이 컸다. 이상수·정영식 조는 중·고교 때부터 복식조로서 활약해온 환상의 콤비로 각종 세계 대회를 석권했으나(세계 랭킹 1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개인전에서 정영식 선수는 매치 포인트 7개를 뒤진 게임에서 대역전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수영의 황선우(18) 선수는 65년 만에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자유형 100m 결선에 진출하여 4위로 골인하며 아시아 신기록과 한국 신기록을 갱신했다. 자신의 기록에 스스로 놀라는 천진난만한 모습과 행동으로 주위를 즐겁게 하기도 했다. 그는 박태환 선수의 뒤를 이을 우리나라 수영계의 슈퍼 마린보이로 각광 받고 있다.

우상혁(25) 선수는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한국 신기록(2m 35cm)을 세우며 4위를 기록했다. 오렌지색과 연노란색의 운동화를 짝짝이로 신고 나와서 경기 전후에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하면서 무덥고 긴장된 경기장 분위기를 시원하게 했다.

다이빙의 우하람(23) 선수는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서 4위를 차지하며, 올림픽에서 한국 다이빙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이소희(27)·신승찬(27) 선수와 근대5종 경기의 정진화(32)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아깝게 패해서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다 같이 격려하고 축하하면서 경기를 마쳤다.

도미니카 팀에 패배하여 동메달 획득에 실패한 한국 야구팀의 중견수 박해민(31) 선수와 좌익수 김현수(33) 선수는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이 뽑은 '올-올림픽 야구팀' 멤버로 선정됐다.

올림픽 4강 진입에 실패한 축구대표팀의 이동경(24), 이강인(20) 선수가 통계 분석 플랫폼인 '소파스코어'에 의해 도쿄올림픽 베스트11에 선정됐다. 특히 이동경 선수는 가장 높은 평점(7.78)을 받았다.

어렵게 예선을 통과하여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여자배구팀은 대회 마지막 날, 세르비아팀에 완패하여(0:3)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우승 후보인 일본과 쿠바팀을 풀세트 접전(3:2) 끝에 간신이 올라간 데다가, 준결승전에서 세계 2위 브라질팀을 만나 악전고투하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모두 소진한 탓이었다.

김연경(33) 선수는 팀의 주장으로서 공격과 수비의 최일선에서 몸을 날리고, 위기 때마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격려하면서 대표팀을 이끌어왔다. 외국 선수들과도 코트 안팎에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등, 국제적인 스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16세 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런던올림픽(4위), 리우올림픽(6위), 도쿄올림픽(4위)까지 17년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연경 선수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국제배구연맹은 김연경 선수를 ‘10억 명 중의 유일한 스타’로 칭찬하면서 차기 올림픽 출전을 권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총 12개의 ‘4위’를 기록했다. 순서로는 미국(26개), 러시아(15개), 영국(14개) 다음의 4위를 차지했다.

제32회 하계올림픽, ‘도쿄 2020’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전염병의 대유행 가운데 인류가 치러낸 고귀한 감동과 화합의 대제전으로 역사 속에 길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