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語) 의 품격
말(言語) 의 품격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1.08.11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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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의미의 단어도 고르고 골라서 쓰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상처주지 않게

말(言語)은 생각을 표현한다. 말을 잘 한다고 하는 것은 표현의 방법, 태도, 단어의 선택에서 내용의 전달이 정확하고 분명할 때 말을 잘 한다고 할 수 있다. 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단어의 선택이다. 증오에 찬 단어, 악의적인 단어, 복수에 찬 말, 비하하는 단어, 폄훼하고 얕보는 단어는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한다. 아니 쓰지 않아도 될 단어라면 쓰지 않아야 한다. 

단어의 선택은 말을 하는 사람의 기준과 수준에서가 아니다.

말을 전달받는 대상자의 수준과 기준, 정서에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에 상대가 초등학생인데 전문용어나 어려운 외래어, 들어보지 못한 한자어로 말을 한다면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드라도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화가 잔뜩 나있는 데모 군중을 향해서 전달하는 말이 과하게 자극하거나 기름을 붓는 격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나쁜 선택이다.

말은 글과 달라서 수정이 어렵다. 오죽하면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깨진 항아리와 같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말을 하는 세치 혀는 몸을 상하게 하는 도끼라고도 했다. 입은 재앙의 문이라고도 하고 말이 재앙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부적절한 단어 하나로 인해 재앙을 맞을 수도 있고 입신양명을 탈취 당하기도 한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희생을 당했다. 이유와 전말을 차치하고 그의 부모는 자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 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을 “용서” 한다고 했다. 감히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할 수 있었을까? 용서라는 단어를 생각이나 했을까?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가 있음을 인정 하드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용서라는 단어 대신에 “엄정 한 처벌” “조직의 책임자를 엄단” “살려내라” 등등 복수와 한(恨)에 서린 온갖 단어들이 총동원되어도 모자랄 만큼 독을 품어내는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사용한다. 용서나 이해나 배려와 같은 단어는 감히 꿈도 못 꾸어볼 단어 들이다.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이 연일 설화에 휘둘리고 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쪽에서의 해석이 다양하고 그 말의 속내까지 파고들어 말의 전후 문맥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난도질을 한다. 단어의 선택은 물론이고 표현의 방법과 말하는 장소와 태도까지도 시비거리가 되고 있으니 조심하고 또 삼가 하여야할 일이다.

동시대를 살아 왔던 어느 정치인의 소이부답(笑以不答) 만큼 훌륭한 언어의 표현이 있을까? 웃음이 말을 대신하고 몸짓이 말을 대신해 줄 수도 있으니 입으로만 말하지 말고 마음을 담은 진정한 표현으로 말의 품격을 높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