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섬’에서
‘꿈의 섬’에서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8.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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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朱蒙)의 후예들, 올림픽 양궁을 제패하다

일본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32회 하계 올림픽 경기는 올림픽 스타디움과 황궁이 있는 도쿄 시내의 헤리티지존(Heritage zone)과 양궁과 사격, 테니스장 등이 있는 도쿄베이존(Tokyo bay zone)으로 구분되어 열리며, 축구와 골프 경기 등은 도쿄도(東京都) 외에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사이타마현(埼玉県), 지바현(千葉県)과 홋카이도(北海道) 등에 분산되어 열린다. 그리고 헤리티지존과 도쿄베이존이 교차되는 지점에 올림픽 선수촌이 있다.

올림픽 양궁 경기가 열리는 유메노시마 공원(夢の島 公園, Yumenoshima Koen)은 도쿄도 코토(江東区, Koto) 구의 유메노시마에 있는 스포츠 파크이다. 유메노시마는 우리말로 ‘꿈의 섬’이며,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 매립장을 개선하여 만든 인공섬이다.

이곳 ‘꿈의 섬’ 양궁장에서 우리 주몽(朱蒙)의 후예들은 강한 바닷바람과 무더위를 이기고 기적처럼 꿈을 이뤄냈다.

안산 선수(An San, 2001∼)는 김제덕 선수와 공동으로 먼저 혼성단체전 경기를 제패한 다음, 강채영(Kang Chaeyoung, 1996∼), 장민희 선수(Jang Minhee, 1999∼)와 같이 여자단체전, 여자 개인전 경기에서 모두 우승하여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개인전에서 안산 선수는 준결승전(미국)부터 결승전(러시아)까지 상대 선수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매번 슛오프(Shoot Off) 전에서 뛰어난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했다.

김제덕 선수(Kim Je-deok, 2004∼)는 안산 선수와 공동 출전한 혼성단체전에서 먼저 금메달을 따내고, 이어서 오진혁(Oh Jinhyek, 1981∼), 김우진 선수(Kim Woojin, 1992∼)와 같이 남자 단체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하여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연패(連覇)의 대업을 달성하였다. 이는 수영 남자 400m 혼계영의 미국과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의 케냐가 보유한 올림픽 단일 종목 최다 우승 기록과 동등한 대기록이다.

제32회 하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궁팀이 거의 모든 종목을 석권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우수한 자질과 정신력뿐만 아니라 대한양궁협회(회장 정의선, Chung Eui-sun, 1970∼)의 공정한 선수 선발 시스템과 어떠한 환경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첨단훈련 과정 덕분이다. 선수들의 담력을 키우는 ‘심야 공동묘지 방문’과 ‘뱀 풀어놓기’ 등의 훈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대회에 대비하여 협회는 일본의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풍속과 온습도 등의 조건이 유사한 특별 양궁장을 설치하여 운용하기도 했다.

협회장 기업인 현대차그룹에서는 자동차 제작에 활용되는 비파괴검사와 3D프린터 제작 기술을 활용하여 활과 화살의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했다.

안산 선수는 수년 전 인터뷰에서, “박지성 선수나 김연아 선수처럼 유명해지고 싶다”, 고 밝힌 자신의 꿈을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달성하고, 현재 귀국해서 모교인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찾아서 후배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있다.

김제덕 선수는 “이번 올림픽 성적에 자만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겸손하게 포부를 밝혔다.

제32회 하계 올림픽, ‘도쿄 2020’ 대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인류가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다 같이’의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한 기념비적인 대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