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참나리꽃의 순결
[시골 꽃 이야기] 참나리꽃의 순결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8.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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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시절로 안내하는 참나리꽃

농촌에 살다 보면 많은 야생화를 자주 만나게 된다. 어느 해, 청송 월매라는 마을에 취재를 하러 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여름이었나 보다. 마을 냇가의 우거진 풀 사이에서 큰 키를 자랑하며 우뚝 솟아 밝은 빛으로 유혹하는 꽃이 보였다. 너무 아름다워 가까이 가보니 빛깔 고운 주홍빛 꽃잎에 검은 점이 소복이 박혀 있는 참나리였다. 마치 사춘기 소녀의 얼굴에 주근깨가 송송 박힌 것 같았다.

밭가에 핀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밭가에 핀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나리꽃 중에서 최고의 꽃이라고 해서 참나리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꽃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줄기의 잎겨드랑이에 주아라는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주위에 떨어져 다시 싹을 틔워 번식한다. 주아를 한 움큼 따와서 장독대 앞쪽에 뿌려 놓았더니 그동안 싹이 나고 알뿌리를 키웠나 보다. 올해는 환한 꽃을 많이도 피웠다. 꽃잎을 유연하게 뒤로 젖히고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참나리의 주홍빛은 여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집 뒤 담벼락에 붙어 여름마다 피던 꽃이 참나리였던 것 같다. ‘주근깨가 있어도 어쩜 이렇게 예쁠까.’ 하면서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참나리의 꽃말이 '소녀처럼 순결', '깨끗한 마음'이란다.

장독대에 핀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장독대에 핀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고향을 떠올릴 때 누구나 가슴에 남아 있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초가지붕의 집 뒤뜰에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고, 그 옆에 주홍빛 참나리가 배시시 웃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새로이 자리 잡은 우리 집 장독대 앞에 그때 그 모습으로 서서 나를 소녀 시절로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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