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법'과 '치유농업'을 추구
선조들의 토종씨앗 찾아 삼만리
경북 포항시 죽장면은 포항 시청에서 약 40km에 위치한 산간오지이다. 전체 면적의 89%가 임야로, 가사천, 자호천, 현내천, 하옥계곡 등 전 지역 자연경관이 수려한 청정계곡이 있어 여름철 피서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영천시와 포항시의 경계, 산하나 건너 천문대와 나란히 하는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쏟아지는 ’나누리 농원‘이 이곳에 있다. 이완기(58) 김미자(55) 부부가 대표이다. 6천㎡ 농지에 채소와 닭, 기러기를 키우고 있고, 민박을 운영하며 저녁과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귀농 전 포스코에서 29년 근무했던 이씨는 근무 기간 중 3년이나 주말 농장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3교대 근무를 하며 건강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키워가던 끝에 2016년말 퇴직 7년을 남겨 두고 귀농할 결단을 내렸다. 부인은 그런 남편의 뜻을 존중하고 따랐다.
그가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농법'에 눈을 뜨게된 확실한 계기는 다름아닌 ‘벌거벗은 공화국’이라는 김윤수 선생의 강의 때문이었다. 현재는 유튜브로 강의를 하고 있지만, 과거 전국 각지를 돌며 강의 하는 선생님을 따라 '자연농법'과 '치유농업'에 대해 배웠다. 좋은 토양의 중요성과 흙을 살려 농사 짓는 법을 배운 것이다.
흙을 살리는 자연농법으로 키운 채소는 식감이 좋고 냉장고에 보관해도 부패되지 않아 싱싱한 그대로 보관이 가능하다. 각종 풀과 바닷물 그리고 미생물을 활용한 농사법과 비지를 숙성시켜 만든 축산 사료는 그야말로 친환경, 아니 자연 그 자체로 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양배추, 브로콜리, 고추, 감자, 표고버섯, 오이 등 채소들은 군데군데 벌레 먹은 모습에 얼핏 그 모습이 예쁘지 않아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을 뿌리지 않은 탓이다. 그 때문에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때가 있었다.
'관행농법'과 '자연농법'을 병행하였으면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그들의 올곧은 신념과 정열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꽃보다 풀이 많고 무엇이 농작물인지 무엇이 잡초인지 구분을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농장을 제 집처럼 노니는 나비와 별보다 더 환하게 빛나는 ‘반딧불이’의 존재가 그들이 자연농법을 제대로 실천한 증거가 되어 주었다.
‘자연농법으로 좋은 먹거리, 바른 먹거리를 제대로 생산하는 곳이 없다’는 이 씨는, ’포항씨앗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으면서 전국에 있는 ‘씨앗도서관’ 협회 회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 원칙과 기준에 맞는 '자연농법'을 실현하는 농가들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점차 사라져 가는 선조들의 유산인 토종 씨앗을 회원들과 찾으면서 ‘씨앗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어서 이제는 전직 직장 동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