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교 맛집]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동곡할매칼국수'
[대구근교 맛집]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동곡할매칼국수'
  • 박영자 기자
  • 승인 2021.07.2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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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에서 성주 쪽으로 가다 동곡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동곡초등학교가 있고 농기계상이 줄지어 있다. 20년 전만 해도 시장에는 대장간, 뻥튀기, 강아지 파는 곳 등등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 시장은 칼국수집으로 들어차 있다. 대구근교의 명소, 동곡 칼국수 거리다.

입구에서 조금만 가면 동곡 원조 할매칼국수집이 있다. 1950년에 시작해서 4대째 운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증손자(김동형 대표)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모 방송국의 3대 천왕에 나왔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음식은 각자 취향이 다른 만큼 옛날 방식 그대로 국수 삶은 물을 면수로 쓰고 있으니, 외식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에겐 그냥 밋밋한 맛일 수도 있다. 진짜 구수한 맛의 진면모를 모른다면 말이다.

이곳은 연령대가 좀 있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정성 깃든 손칼국수 한 그릇 땀 뻘뻘 흘리며 먹고 나면, 기운 없는 삼복더위에 눈이 번쩍 뜨인다.

국산콩을 갈아 만든 콩국수에 얼음동동 띄우니 이 또한 최고의 맛이다. 소주와 곁들여 암뽕 한 접시 시켜 술안주를 하면 친구대접하기에 딱 좋은 메뉴다. 요즘 가격이 올라 국수는 6,000원 콩국수 8,000원 암뽕 돼지고기는 15,000원이다

3대 천왕에 나와서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박영자 기자

 

코로나로 인해 행여나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되어서 좀 이른 저녁시간에 갔더니, 막간을 이용해 김을 굽고 있는 사장님을 만났다. 찜통더위에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그 많은 김을 숯불로 구우며 손으로 연신 비벼댄다. 국수에 고명으로 나갈 김이다. 김은 파래가 30% 섞여있는 김이 가장 맛이 있어 1년치를 주문해서 준비한단다. 주위의 텃밭에 야채와 풋고추, 호박 등을 직접 재배해서 쓰고 있고 간장 된장까지 자급자족한다.

박00(남산동·74) 씨는 “20년 전 심심하면 동곡장에 국수도 먹고, 쌀 한 되 가져와 뻥튀기도하고, 씨앗도 사가고 강아지 시장도 구경하면서 하루를 힐링하며 보낼 수 있었다”라며 “ 뻥튀기와 옥수수를 먹으며 동곡초등학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남편과 데이트하던 생각이 떠오른다”라며 웃는다.

임00(대봉동· 72) 씨는 “가게는 비록 허름하지만 시골 할머니집 생각이 날 때면 가끔 찾아온다”라고 이야기한다. 국수 나올 때까지 홀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갖가지 풀과 꽃과 눈 맞춤할 수도 있다. 그냥 자란 풀들도 너무 아름다워 빈 그릇을 앞에 두고 한참을 내다보며 자연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덤이다. 그 값은 얼마나 주고 가야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