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향기를 내뿜는 백합
[시골 꽃 이야기] 향기를 내뿜는 백합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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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백합이 수수하게 피어나다

여름은 더워야 제멋이지만 요즘은 더워도 너무 덥다.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마당 한쪽에 돗자리를 깔고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무더위도 잊어본다. 우리집 귀염둥이 고양이 아롱이의 재롱도 보고 옥수수와 감자를 삶아 먹으며 시골살이의 재미도 더해진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 실려 온 이 진한 향기는 무엇일까. 순백의 향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흰 백합꽃이다.

수수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흰 백합. 장성희 기자
수수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흰 백합. 장성희 기자

 

요즘은 백합, 참나리, 원추리 같은 꽃들이 우리 집을 밝게 해준다. 남편은 이름들이 헷갈린다고 한다. 백합이라고 하면 무언가 근사한 꽃일 것 같고 나리는 수수한 느낌으로 와닿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백합과 나리는 같은 꽃이다. 백합은 한자어로 된 이름이고, 우리말로 나리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유리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릴리라고 하는데 모두 같은 꽃이다. 같은 종류는 틀림이 없지만 같은 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나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꽃이고, 백합은 자생하는 나리를 네덜란드로 가져가 원예종으로 개종하여 우리나라로 다시 들여온 것이라서 통상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꽃이 산이나 들에 있으면 나리꽃이고, 정원에 있으면서 향기가 진하게 나면 백합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백합은 꽃을 보고서가 아니라 향기를 맡고 알아본다고 한다. 한 송이가 어느 구석에 피어 있어도 그 향기가 온 마당에 가득 채울 정도로 짙다.

진한 향기로 발길을 잡는 분홍 백합. 장성희 기자
진한 향기로 발길을 잡는 분홍 백합. 장성희 기자

 

흔히 여자를 꽃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화려한 장미 같은 여자보다는 순결한 백합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백합은 다른 꽃과 달리 꽃모양이 우아하거나 색깔이 화려하지도 않다. 꽃을 피우더라도 고개를 살포시 숙인 채 절대로 나대는 법이 없다. 그저 담 모퉁이 낮은 자리에 조용히 있지만 그윽한 향기를 가지고 피어 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중에서 하얗게 핀 백합은 순수한 사랑, 순결,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해서인지 깨끗함이 매력적이다.

이렇게 좋은 백합도 여름의 거친 비와 뜨거운 볕을 받다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이별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뿌리에 영양을 가득 모아서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을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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