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이야기] 수성못 들안길과 시화 골목
[골목 이야기] 수성못 들안길과 시화 골목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1.07.26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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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볼거리가있는 들안길 시화골목

골목은 저마다 숨겨둔 사연이 있고 역사가 있다. 징용 떠나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골목이었고,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한 아들 손을 잡고 호기롭게 걸어 들어오던 기쁜 골목이었다. 변변한 놀이문화가 없을 때 골목은 자치기 놀이, 고무줄놀이, 숨바꼭질하는 공간이었다. 하루해가 저물 무렵 골목은 일쑤 된장찌개 냄새로 정복 당하기 시작하고 집마다 자녀들 불러 모으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영철아!’ 밥 먹자. ‘윤숙아! ‘밥 먹어라.

이번 문화예술 취재팀은 우리들이 사는 골목의 묻혔던 이야기와 변화된 골목 이야기를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문화예술 취재팀 팀장 방종현>

 

수성못 들안길에 있는 시화 골목.  방종현기자
수성못 들안길에 있는 시화 골목. 방종현기자

 

대구의 명소인 수성구 들안길 속칭 먹자골목에 시와 벽화가 만나는 스토리가 있는 시화 골목이 있다. 옛날 들안길은 보리가 익어가고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녘이었다. 일제강점기 민족시인 이상화는 나라 잃은 슬픔을 삭이려 자주 찾던 곳이 수성 황금 들판이었다. 수성 들판에 가르마처럼 잘 정돈된 밭둑 길을 걸으며 비에 젖은 보리 이삭을 보고 삼단 같은 여인의 정갈한 머릿결로 노래했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시가 태어난 곳이다. 일제강점기 암울했던 시절 이 땅의 지식인은 나라를 빼앗긴 참담한 기분에 마음 둘 데 없어 들로 산으로 다녔을 것이다.

시화 골목에 있는 시화  방종현 기자
시화 골목에 있는 시화. 방종현 기자
시화골목에 이상화 시인이 있다  방종현 기자
시화골목에 이상화 시인이 있다. 방종현 기자

수성들 황금 들판이 현대화로 대형식당이 들어서고 건물 사이 긴 골목이 생겨 난 자리에 박숙이 시인의 뜻깊은 발의와 지역 구의원인 조규화 의원과 박해수(작고)시인 이 마음을 모아 수성구청의 협조로 시화 거리를 조성했다. 시화 거리 초입에 장승과 솟대를 세웠다. 벽면에는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다양한 시화가 그려지고 있다. 이상화 시인의 시 '비 갠 아침'과 신동집의 ‘빈 콜라병’. 김춘수의 ‘꽃’. 이호우의 ‘달밤’.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 유치환의 ‘깃발’. 이육사의 ‘청포도’.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박해수의 '바다에 누워' 등 다양하다. 특히 ‘바다에 누워’는 높은음자리가 박해수 시인의 시를 모태로 ‘저 바다에 누워’로 만들어 불러 공전의 히트를 시켰다. 들안길 먹자골목 문화행사로 수성구청에서는 김밥 말기 대회를 했다. 대회에는 150여 개 점포임직원과 3,500여 명의 시민이 한마음이 되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2014년에는 김밥 말기 국내 최장 1천20m를 성공시켰다. 들안길 시화 골목은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고 시화 골목의 詩까지 볼 수 있는 감성 풍부한 골목이다.

수성 페스티발 행사 김밥말이  방종현 기자
'수성 페스티발' 행사에서 김밥을 말고있다. 방종현 기자
끊어지지 않고 1020m 완성된 김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방종현 기자
김밥 말기 참가자들이 1천20미터짜리 국내 최장 김밥을 끊어짐 없이 완성한 후 들어 보이고 있다. 방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