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 원추리
[시골 꽃 이야기]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 원추리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7.2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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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원추리꽃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보니 가끔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장마가 지나간 뒤의 하늘은 맑고 쾌청하다 못해 눈이 부신다. 뙤약볕은 사정없이 내려와 지표면을 달군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고 하니,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런 반면 콩과 고추는 뙤약볕의 힘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참나리꽃, 원추리꽃들이 자꾸 인사를 한다.

장독대의 원추리꽃이 활짝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장독대의 원추리꽃이 활짝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참나리와 원추리는 길가의 풀숲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꽃은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가 않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직접 심고 키우다보니 확연히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참나리는 뿌리가 양파같이 알뿌리로 되어 있고 줄기에는 잎이 촘촘히 이어서 나며 수술은 기다랗다. 특히 고개를 숙인 꽃잎에는 말괄량이 삐삐처럼 반점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줄기 마디마디에 주아를 달고 있어 그것으로 번식을 한다. 그에 비해 원추리는 알뿌리가 없다. 그리고 가늘고 긴 잎이 아래쪽에 모여 있고 수술은 크지가 않다. 꽃에는 반점이 없고 길게 올린 꽃대에 하늘을 보고 꽃을 피운다. 씨앗이나 포기 나누기로 번식할 수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불러주고 구별할 줄 아는 것이 꽃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막 피기 시작한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막 피기 시작한 참나리꽃. 장성희 기자

 

원추리꽃은 요즘에는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집 안 뒤뜰 깊숙이 심어두고 즐기던 아녀자들의 꽃이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을 잊게 해준다고 해서 망우초라고도 불렀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근심을 잊게 할까. 꽃을 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임신한 여인이 원추리를 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의남초라 불리기도 한다. 옛날에는 여인들이 아들만 낳으면 근심을 잊고 살 수 있었다고 하니 딸들이 더 귀하게 대접을 받는 요즘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원추리꽃에는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하는 향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원추리꽃을 말려 베갯속에 넣어 사용했다는 말도 있다.

해마다 포기 나누기로 농원 곳곳에 심어 놓아 여름 내내 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꽃 수명이 단 하루이다.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눈치를 챌 수 없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단명의 꽃이다. 날마다 새로운 꽃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자연의 신비로움을 새삼 느낀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진한 향기도 없지만 오랫동안 어여쁜 자태로 피어나 근심을 멀리하게 해준다. 세상을 살다보면 근심과 걱정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행복하게 살려면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의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365일을 기다렸다가 하루 한낮을 찬란하게 꽃피우고 저녁노을 따라 지는 원추리꽃이 더 없이 아름다운 이유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리라.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원추리꽃. 장성희 기자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원추리꽃.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