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40) 바빠도 너무 바쁜 이장님!
[이장님 일기] (40) 바빠도 너무 바쁜 이장님!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07.1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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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이장의 일상 소개
오랜 우정을 영원히
2014년 가을에 집에 오시면서 선물로 가지고 오신 스카우트 문양 쟁반.  예윤희 기자
김영창 교수님이 2014년 가을 선물로 가져오신 스카우트 문양 쟁반. 예윤희 기자

“예 교수, 별일 없지?”

“아이고, 이런! 교수님 잘 계시지요? 안부 전화를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친구 자두밭에서 자주를 따고 있던 중 너무나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1978년 상급훈련에서 만나고, 1986년 경주 도투락월드에서의 제6회 한국잼버리에서 만난 후 인연을 쌓아오다 2006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주관 제21차 훈련교수 과정에서 부대장님으로 오셔서 대구․경북 지도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 내일처럼 기뻐하시던 교수님!

시니어매일에서 기자로 반갑게 만나 안부를 전하는 사이인데, 지난 6월 '제41회 대구국제 미술공예대전'에서 특선을 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밴드에서 읽고, 새벽에 댓글은 달았는데 낮에 전화한다는 게 잊었습니다.

뭐가 그리 바쁘냐고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볼게요.

1) 마을 이장으로 6월에 75세 이상 어르신 1, 2차 접종 인솔했지요. 시골 어르신들은 잠도 없는지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복숭아밭에 멧돼지 들어온다. 가로등 불 안 온다. 감 박스 주문한다.... 민원 사항을 해결해 달라하지요.

이장되기 전부터 농약, 비료 등 무거운 것은 심부름을 해드려 시도 때도 없이 주문이 들어옵니다.

2) 한글교실 한다고,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은 오후에 1시간씩 두 마을 다녀야지요.

3) 노인재능나눔 참여자 봉사한다고, 매주 목요일 오후 1시간 우리 마을에서 한궁지도 해야지요.

4) 노인자원봉사클럽 한다고, 매월 2, 3주 화요일 아침 7~9시까지 2시간씩 봉사한다고 전날은 장갑이나 마스크 사와야지요. 시간 맞춰 나오시라고 방송해야지요. 식당에 가서 카드 끊어야지요. 서류 만들어 보고해야지요.

5) 경로당 총무라 회관에 필요한 것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연락 와서 나가봐야 하지요.

6) 새마을문고 면 총무라 월 1회 정도 봉사활동에도 나가야지요.

7) 청도문화원 선비아카데미에서 매주 수요일 관내 서원이나 청도 유적지를 찾아 나서는데 참여해야지요. 2014년 귀촌 후 참여한 프로그램이라 8년째 나가고 있습니다.

8) ‘제4기 청도군SNS홍보단’으로 매월 4건까지 청도를 알리는 기사를 제출해야 합니다. 의무는 아닌데, 2017년 2기 홍보단으로 면에서 추천해주어 남자 최고령 홍보단이라 농땡이 칠 수 없어서 의무량을 채우고 있습니다. 2기 2년만 하고 그만두려고 하는데, 면에서 할 사람 없다고 부탁을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9) 올해는 경북도민행복대학에 입학해 매주 월요일 오후에 3시간씩 수업을 듣고 있어요. 여기서 남자 부대표로 추천되어 담당 대학인 대구한의대학교에도 가봐야 하고, 임원들끼리 모임을 하면서 전체를 위한 봉사를 의논하느라 시간이 더욱 바쁘네요.

이런 공적인 일 외에도

10) 초등학교 동기회 회장이라 길흉사에 다녀야 하고,

11) 의흥예씨 족보편찬 총무를 맡아 4년간이나 봉사하고 지난 2월에 발송까지 마쳤는데도 아직도 추가 구입이나 오자, 탈자 문제로 전화오면 해결해 주어야지요.

12) 아흔 되신 숙모님은 수시로 병원에 가시는데 새벽부터 전화로 졸라대시지요.

13) 7월에는 마을 아지매 7명에게 컴퓨터 교육한다고 금요일 저녁마다 2시간씩 나가야 합니다.

이것도 지난 2월에 면에서 <찾아가는 마을평생교육 강좌> 신청을 하는데 우리 마을이 당첨이 되어 늘어난 일거리입니다. 지난해부터 공익직불금제도가 시행되면서 17개 이행사항 중 영농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내가 엑셀로 작성해 놓은 영농일지를 마을 사람들이 참고하라고 시작한 일입니다. 아지매들이 휴대폰 메시지를 할 줄 아는 분들이라 진도가 잘 나가고 있습니다.

14) 또 면소재지 마을 아는 강사님이 ‘이웃사촌 학습마을조성 지원사업’ 교육을 하는데 휴대폰 사용 강사로 부탁을 해서 9월까지 2시간씩 4번을 나가야 합니다.

15) 마을 청용사 스님께서도 수시로 전화해서 절에 가서 컴퓨터 서류 작성을 도와드립니다.

1984년부터 30년도 더 다니던 직지사를 떠나 마을 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직지사 스카우트도 지난 연말에 다음 대장(지도자)에게 인계를 했습니다.

16) 제일 중요한 게 남았어요. 귀촌하면서 시작한 농사일이 장난이 아니에요. 뽑아도 뽑아도 올라오는 풀들과 수시로 농약을 치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모두들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데 농사 안 지으면 온 집안이 잡초투성이인데 그걸 어떡해야 합니까? 아직은 할만해서 하는데 몇 년이나 할는지요?

17) 지난해 연말로 2년 7개월간의 임기가 끝난 청도향교 장의와 9년간 맡은 직지사 스카우트 대장 임무가 인계되어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언젠가 교수님께서 가방 30개를 주신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직지사에 다니던 단체에 주었는데,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조목조목 따로 넣어 잘 활용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스카우트로 만난 소중한 인연인데 제가 친형님 같은 교수님 은혜를 잊겠습니까?

 

졸저 대장님의 일기 추천사.  예윤희 기자
졸저 '대장님의 일기' 중 교수님의 추천사. 예윤희 기자
퇴직 기념으로 낸 대장님의 일기.  예윤희 기자
퇴직 기념으로 낸 '대장님의 일기' 표지. 예윤희 기자

 

2007년 구미 구운초등학교 선서식이나 2012년 직지사 스카우트 창단식에 오셔서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2013년 퇴직할 때 교수님이 책을 펴내신 대원당을 소개해 주셔서 졸저 <대장님의 일기>가 태어났고, 스카우트 대원들 덕분에 주지스님의 배려로 직지사 만덕전에서 출판기념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바쁘신 데도 대구에서 김천까지 오셔서 축하해 주신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농사 잘 지어 올 가을에도 귀촌 첫해(2014.11.9.)처럼 집에 모시고 무와 배추 김장거리도 좀 드리고, 그때처럼 마을 이장님이 단감 한 박스를 실어드리고, 마을 화정다례원에서 차 대접을 받은 한밭마을의 훈훈한 정을 보여 드릴게요.

나의 스카우트 멘토이신 김영창 교수님!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함을 널리 이해해 주시고 기자 연수회때 만나면 기자님으로 대우해 드릴게요.

이렇게 바쁜 이장이라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해도 이해해 주시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들도 잘 되시고 행복하신 나날 되세요!

예윤희 기자 yeay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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