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엄마, 쪽파 다듬다 흐르는 눈물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엄마, 쪽파 다듬다 흐르는 눈물
  • 노정희
  • 승인 2019.03.20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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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신 성분이 콜레스테롤 배출을 도와주는 쪽파

여든여섯 연세인 엄마, 겨우내 땅심 먹고 움튼 파를 뽑아 쌀자루에 담아놓았다. 꼬부랑 엄마, 쪽파 한 자루 만드느라 보행보조차 밀고 구시벌 언덕배기를 얼마나 오르내리셨을까. 하룻밤 빼꼼 얼굴만 내보이고 돌아오는 딸을 찻길 구불텅 휘돌아 갈 때까지 배웅하는, 몸집 점점 작아지는 엄마.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한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 걱정/기형도 -

쪽파를 다듬었다. 떡잎인들 버리랴. 울 엄마, 삼월 꽃샘바람에 시린 손길로 다독였을 파 뿌리를 내 손길 덧대어 다듬는다.

쪽파를 무친다. 간장, 고춧가루, 설탕, 식초, 깨소금 넣어 사붓사붓 뒤적인다. 파에 들어있는 알리신 성분은 돼지고기에 풍부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준다. 수육과 곁들이니 그만이다.

밀가루에 소금 간하여 개어서 부침개 만든다. 오징어 썰어 넣고 달걀 풀어 살살 뿌린다. 쪽파에 해산물을 곁들이면 영양적 면에서 우수하고 감칠맛이 난다. 단, 미역은 예외이다. 파에 들어있는 인 성분이 미역의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쪽파는 성질이 따뜻하여 비장과 신장을 좋게 하며 기운을 북돋워 피로를 이기게 한다’라고 동의보감에 나와 있다. 쪽파는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감기 예방, 독특한 향기 성분은 살균력이 있어 인체 면역력 강화, 기타 여러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울 엄마, 꼿꼿하던 허리 ‘기역’ 자 되었고, 당차던 목소리도 시나브로 꺾였다. 유년의 엄마는 곡식 자루 머리에 이고 오일장으로 떠났다. 하마나 올까, 노루처럼 목 빼어 기다린다. 신작로 저 멀리서 흙먼지 뭉게뭉게 피어나면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완행버스 꼬랑지에 화르르 매달려온 먼지도 반가웠다. 그 날의 엄마는 기억 속에 자리하고, 사랑채 호호 할머니가 막내딸을 바라본다. 그때 그 나이의 엄마보다 더 나이 먹은 막내딸을.

쪽파 다듬다 눈시울 뜨겁다. 파가 맵다. 나이 드신 엄마가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