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자랑, 팔불출 중 하나라고?
자식 자랑, 팔불출 중 하나라고?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1.07.20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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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공경은 약속 있는 첫 계명
열매가 열려 가지가 부러질듯 휜 은행나무. 이한청기자
열매가 열려 가지가 부러질듯 휜 은행나무. 이한청 기자

 

며칠 전 강직하기로 소문 난 오래전에 은퇴한 목사님을 만났다. 그를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되었지만 대쪽 같은 그 성격은 여전하였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대접받기를 즐기지 않는 그는 재물 복은 없는 분이었다. 당연한 결과로 풍성한 삶을 누리지는 못하였지만, 누구에게도 구차하게 보이지 않았다.

평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는 검소한 생활이 몸에 뱄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명품이라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다. 은퇴 후에도 지인도 많고 전직에 대한 자존심도 있을 터인데 모두 내려놓고 노인 인력센터에 막 일하러 나간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일하러 나간다. 지인이 그런 일을 어떻게 하시냐고 물으면 "일 안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 움직일 수 있어 일하는 것이 뭐가 부끄러우냐"고 오히려 반문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체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 목사는 검은 양복에 왼손으로 두꺼운 성경을 가슴에 꼭 끼고 앞을 바라보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상징이기도 했다. ‘양반은 추워도 화로 곁에 오지 않고 비가와도 뛰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면을 중요시했다. 굶어 죽을지라도 구걸은 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재물하고 인연이 없던 그는 사업을 해도, 직장 생활을 해도 겨우 생활 유지 할 정도였지 여유롭지 못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치킨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잠시 허공을 바라본다. 때로는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나무라기만 한 것도 마음을 무겁게 한단다. 나중에는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더란다. 그래도 네 자녀가 반듯하게 자라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을 이어간다.

모두 출가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에도 부모에게 도움을 주고자 애쓰는 자식들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해진단다.

가난한 부모 만나 어렵게 살다가 출가해서까지 자식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단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큰딸은 연애할 때, 막내아들인 남자친구에게 일찍부터 못을 박았단다. “나는 장녀라서 우리 부모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단다.

둘째는 간호사고 남편은 반도체 기술자로 중국에서 살고 있다. 사흘 전인가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나 걱정을 했단다. “아빠! 일 년 반만 있다가 귀국하려고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집도 못 사겠고 한 4년 정도 여기서 더 연장 근무해야 할 것 같아”라고 했단다. 공기도 나쁘고 국민성도 우리와 같지 않아 더 연장하고 싶지 않다던 딸 가족이 4년이나 더 연장근무를 한다니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중국으로 가기 전 자기 발전이나 이웃 간의 교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생활비 때문에 부모가 직장에 나가는 것을 반대했던 딸이다.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지만 “어쩌겠니? 상황에 따라서 해야지” 하고 말하자 “열심히 벌어서 노후에 호강 시켜줄게” 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키워 주었으니 이제는 자식 도리로 부모에게 보답해야 한다고도 하고 대출금 상환기한도 묻고 이런저런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아침이 되자 5백만 원이 둘째 딸로부터 입금되었다고 전화기에서 알림음이 떴다. 이게 뭐지? 생각하며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나중에 호강보다 지금 부담 줄이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평소 모은 돈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대출금 상환하라고 보냈다고 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에게 도움 되라고 보낸 마음에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태고 보태서 모든 대출금을 아홉 달 당겨서 청산하고 인증 샷을 보냈더니 꼭 필요한데 사용해서 기쁘다며 아빠보다 더 좋아하더란다.

자식 키우면서 힘들지 않은 부모가 없겠지만 밝게 무럭무럭 커 가는 모습 보며 허리가 휘어도 힘든 것 느끼지 못하는 것이 부모 아니던가? 열매(자식) 때문에 가지가 휜 은행나무를 보며 열매를 위하여 헌신하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는 알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서에 자식은 전통에 가득한 화살이라고 했다. 전통에 화살은 든든한 무기이고 울타리이며 버팀 몫이다.

그는 모든것을 내려놓았다. 과거에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사 남매를 공부시켰고 이제는 모두 출가시켰으니 한 가지 사명은 완수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늦게 받은 소명도 은퇴했으니 두 번째 사명도 반은 감당한 거 아니냐고 말한다. 후회 없는 사랑을 자녀에게 부모들에게 쏟아 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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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용 2021-07-20 19:23:31
참 으로 멋있는 목사님이네요. 자녀교육은 평소에 생활로 보여주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