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김왕노의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시를 느끼다] 김왕노의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1.07.16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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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 년,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피우고 열매 맺는데도 백 년,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랑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사랑
시간이란 참으로 묘하다. 같은 시간이건만 상황 따라 고무줄처럼 길었다 짧았다한다. 물처럼 말이다.Pixabay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 김왕노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년이 참 지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쓰린 몸에 감각에 눈물에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하다 생각했습니다

백년을 산다는 것은

백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다 벗어버리고

어둠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라 했습니다

밑둥치 물에 빠뜨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죽어지내듯 사는 주산지 왕버들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부터 백년은 너무 짧다 생각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하고 손 한번 잡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 피우는데도 백년이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랑 속 백년은 참 터무니없이 짧습니다

사랑 속 천년도 하루 햇살 같은 것입니다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2010년 11월 천년의 시작)

 

시간이란 참으로 묘하다. 같은 시간이건만 상황 따라 고무줄처럼 길었다 짧았다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백 년도 찰나처럼 느껴지고 싫은 사람과는 한 시간도 십 년처럼 길게 느껴져 지루하다. 김왕노 시인도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이별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백 년도 안 되는 삶이 무료하고 지루하다고 했다. 백 년을 산다는 건 백 년의 고통뿐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상처고 아픔이고 슬픔을 다 벗어버리고 죽음 같은 어둠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축복이란 생각까지 했으니까.

사랑을 알기 전에는 얼마나 삶이 무미건조하고 지루했을까. 사랑을 알고부터는 사랑한다는 말 익히는데도 백 년은 걸리고 손 한 번 잡는데도 백 년은 갈 거라 생각했다니 참으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 같다. 마주 보고 웃는데도 백 년, 백 년 동안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이 꽃피우고 열매 맺는데도 백 년,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랑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다함이 없는 것이 사랑인가 보다. 사랑 속 백 년은 터무니없이 짧고 사랑 속 천 년도 하루 햇살 같다고 느꼈으니 사랑이란 참으로 묘약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 밥도 더 맛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꽃이 더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태양도 더 찬란히 빛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것이 가장 최상의 것으로 기억되니 말이다. 사랑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설령 그것은 이성간의 사랑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도 끝 간 데가 없고 친구와의 우정도 사랑의 하나일 것이다.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고 퇴색하지도 않는 무궁한 힘의 원천이 될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받아 세상이 더 밝고 환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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