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16) 오늘이 소중한 내 인생의 하루이다
[원더풀 시니어] (116) 오늘이 소중한 내 인생의 하루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7.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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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라미스 감독의 1993년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와 마음가짐에 대해 유쾌한 스토리로 교훈을 준다. 자기중심적이고 스스로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왕자병의 기상 캐스터 필 코너스에게 한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를 취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투덜거리며 도착한 필은 서둘러 형식적으로 취재를 끝내지만, 폭설로 길이 막혀 다시 마을로 돌아와 하룻밤을 묵게 된다. 다음 날 아침, 낡은 호텔에서 눈을 뜬 필은 어제와 똑같은 라디오 멘트를 듣게 되고, 축제가 끝났는데 또다시 축제 준비로 부산한 마을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분명히 하루가 지났는데 내일로 넘어가지 않고 축제의 날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한 일이 일어나자 필은 돈 가방 훔치기, 축제 망치기 등 고약한 행동을 하며 즐거워했다. 이것도 잠시,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하루에 절망한 필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다시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거의 미칠 지경이 된 뒤에야 필은 마음을 바꾸어 이왕 보내는 하루를 이전과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구하고, 타이어가 펑크나 쩔쩔매는 할머니를 돕기도 한다. 이렇게 매일 되풀이되는 사건에 천사처럼 나타나 이들을 도와주며 점점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처음으로 이기심을 버리고 선한 행동을 하며 따뜻한 하루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던 날 드디어 그가 그토록 기다린 내일이 눈 앞에 펼쳐지며 희망찬 필 코너스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오늘도 어제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날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희망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하루가 무기력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오늘을 맞이해보자.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 은 ‘오늘을 사랑하라’는 시에서 어제는 이미 과거요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날,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뿐,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고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고 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의 소중함을 빗대어 ‘시간은 돈이다’ 라고 하지만, 이는 가치를 매기는 가장 손쉬운 척도가 돈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꼭 비유를 한다면 ‘시간은 인생이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돈은 많이 가진 사람, 적게 가진 사람, 빌려줄 수도, 빌릴 수도 있으며 필요할 때 쓰고 저축도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모두의 인생에 있어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큰 선물로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똑같이 부여 받았고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사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물론 빌려줄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으며 내 인생 은행에는 얼마나 저축되어 있는지 모른다. 하루 24시간씩 인출해서 쓰고 있지만, 아직 얼마나 더 인출해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은 계속 줄어들고 이에 반비례로 하루하루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속에서 가장 보람 있게 잘 써야 할 것은 바로 시간이다. 왜냐하면 하루하루가 모인 것이 바로 삶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낭비는 생명의 낭비요, 자기 삶을 허비하는 엄청난 잘못이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개미 쳇바퀴 도는 모습으로 늘 반복되는 생활의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오늘이 소중한 내 인생의 하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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