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소박한 서민의 꽃 접시꽃
[시골 꽃 이야기] 소박한 서민의 꽃 접시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7.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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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얻어서 더 정감이 가다

귀농 초기에 산등성이가 용의 등을 닮았다고 하여 용등이라고 부르는 곳의 밭을 구입했다. 그곳에 일을 하러 가려면 상사교회를 지나간다. 이맘때에 교회 앞을 지나면 입구에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곳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길가에도 있고 여느 집 담장의 안쪽과 바깥 가리지 않고 피어 있었다. 무슨 꽃인가 알아보니 익숙한 이름인 접시꽃이었다.

‘아하. 이게 어느 시인이 쓴 ˂접시꽃 당신˃에 나온 그 꽃이네.’

처음 농원을 구상할 때 다양한 꽃들의 정원을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산과 들에는 온갖 야생화가 있고, 꽃집에 가면 여러 꽃들이 있지만 우리 집에까지 오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가 않았다. 접시꽃도 그랬다. 옆에 붙어 있는 모종을 얻어 와서 심어보았지만 살아나지 못했다. 뿌리가 깊어 옮겨심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씨앗을 채취해 고이 모셔 두었다가 봄에 뿌렸다. 그러나 싹이 나지 않았다. 집집마다 있는 접시꽃을 우리 집에서는 왜 이렇게 보기 힘든 걸까. 나중에 알고 보니 씨앗을 채취해서 바로 뿌리면 쉽게 번식을 하는 화초였다. 길가에서 꽃씨가 여물기를 기다렸다가 채취하여 바로 이곳저곳에 뿌려 놓았다. 어느 날 보니 싹이 송송 올라와 있었다. 그 추운 겨울도 거뜬히 이겨내고 다음해 봄이 되자 몸집을 키우더니 꽃대를 길게 올렸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벌들을 불러서 씨앗도 만들었다. 우리 집에 오기까지는 삼 년이 더 걸린 셈이다.

활짝 피어서 눈길을 붙잡는 접시꽃. 장성희 기자
활짝 피어서 눈길을 붙잡는 접시꽃. 장성희 기자

 

접시꽃은 서민의 꽃이라고 한다.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자라고 많이 번져서 그런가. 티내지 않으면서도 소박하게 아름다워서 그런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콩밭의 풀을 뽑고 돌아올 때면 키를 쑤욱 올리고 분홍빛, 붉은빛, 때로는 하얀 꽃잎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먼저 핀 꽃이 진 자리에는 타이어 모양의 씨앗 주머니를 층층이 쌓아두고 그 위에 몇 송이의 꽃을 달고 있다. 그 위에는 뒤이어 필 꽃봉오리들도 매달아 두었다.

층층이 올라가며 접시꽃을 피우고 있다. 장성희 기자
층층이 올라가며 접시꽃을 피우고 있다. 장성희 기자

 

이젠 우리 농원 가장자리에 여러 꽃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많은 꽃들 중에서 항상 허리를 곧게 세우고 함박웃음을 짓는 접시꽃이 먼저 와 닿는 이유는 뭘까. 너무도 쉬운 것을 너무도 어렵게 얻어서 더 정감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수수한 꽃잎을 활짝 열고 포근하게 다가오는 너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순백의 접시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
순백의 접시꽃이 활짝 피었다. 장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