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탁 트이는 초록 바다, 대구 반야월 연근단지
가슴 탁 트이는 초록 바다, 대구 반야월 연근단지
  • 최성규 기자
  • 승인 2021.07.09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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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월 연꽃 피면 장관, 해마다 연근 축제도 열려
전국 연근 생산량의 약 40%

멀리 간다고 좋은가.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 지하철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내리면 기다리는 명소가 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안심역 인근에 위치한 연근단지다. 동대구역에서도 지하철을 갈아타고 20분이면 닿는 거리다. 안심역에 내려서 2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 코끝에 닿는 시원한 공기와 함께 광활한 초록 바다가 펼쳐진다. 코로나에 갇힌 몸과 마음을 탁 트이게 해 준다.

조망탑에서 내려다 본 점새늪과 연근단지, 저기 동호지구가 보인다. 최성규기자
조망탑에서 내려다 본 점새늪과 연근단지, 저기 동호지구가 보인다. 최성규기자

반야월 연근단지는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자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은 보배다. 우리나라 연근 생산량의 약 40%가 여기서 출하된다. 오늘 아침 밥상에 연근조림이 올라왔다면 바로 여기에서 생산된 것으로 생각하면 맞다. 금호강을 남쪽으로 끼고 동호지구 아파트 단지에서 안심 차량기지까지 초록 바다는 이어진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찌든 마음은 저절로 싱싱하게 변한다. 도시락을 준비했다면 아무 데나 자리 잡고 앉아 쉬어가도 좋다. 운이 좋다면 초록 바다 위로 달리는 예쁜 기차도 볼 수 있다. 포항~대구를 오가는 네 칸짜리 기차는 예쁜 소품이 되어 한 폭의 멋진 동양화를 선물할 것이다.

초록 연바다 위로 떠 다니는 대구~포항간 완행열차. 최성규 기자
초록 연바다 위로 떠 다니는 대구~포항간 완행열차. 최성규 기자

연근은 보통 4~5월에 종근을 심어 9~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길게 수확한다. 수확 기간이 단지별로 천차만별이다. 주문량과 주문 시기에 따라 연근을 캐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자란 흙 속에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싱싱한 연근 보관법이다. 중장비로 겉흙을 걷어내고 도구로 연근을 캐는 일은 중노동이다. 어른 팔뚝보다 크고 긴 연근도 많이 나온다. 툭 하나 부러트리면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땅속 깊은 곳에서 나는 진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에 중장비를 동원해 연근을 수확하는 모습. 최성규 기자
겨울에 중장비를 동원해 연근을 수확하는 모습. 최성규 기자

7~8월이면 군데군데 연꽃이 피어난다. 넓디넓은 초록 바다에 점점이 분홍빛이 올라온다. 꽃과 잎이 반반씩 섞인 관상용 연꽃단지도 예쁘지만, 자연스럽게 뒤덮힌 초록빛 연잎 바다 위로 듬성듬성 올라오는 연꽃이 더 기품이 있다. 기가 막힌 경치에 취했다면 스스로가 연근단지의 주인이다. 등기상 주인은 따로 있지만, 경치를 보는 순간에는 그 사람이 바로 주인이 아니겠는가.

초록 연잎 위로 삐죽 올라 온 연꽃의 분홍빛이 황홀하다. 최성규 기자
초록 연잎 위로 삐죽 올라 온 연꽃의 분홍빛이 황홀하다. 최성규 기자

겨울에는 황색으로 잎이 변하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다. 사시사철 볼거리를 제공한다. 높은 곳에서 한눈에 조망을 볼 수 있게 조망대도 만들어 놨다. 산책코스도 깔끔하게 정비되어있다. 8월 중순경에 연꽃 축제도 열린다. 동구청에서 주관하고 혁신도시 공공기관들도 협찬한다.

연금단지와 점새늪 산책 코스. 대구 동구청
연근단지와 점새늪 산책 코스. 자료/대구 동구청

초록 바다에 실컷 취했다면 이제 걸음을 금호강 쪽으로 옮겨보자. 유명한 안심습지가 나타날 것이다. 각종 동식물의 보고인 안심습지는 어린이들의 좋은 학습장이 된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조망대 및 산책로도 잘 정비해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