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 업계 견인차 산 증인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
경북농업기술원 강소농 기술지원단 사무실에서 권훈 박사(61, 경북대학교 식품가공학)를 만났다.
-장류와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대학교 졸업을 두 달 앞둔 1985년 6월초 발효학 담당 교수님께서 "지역에 ‘삼화식품’이라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만드는 회사가 있으니 가보라"고 추천을 하셨습니다. 그후 후배랑 두 명이 같이 삼화간장 대표의 면접을 봤지요. 며칠 뒤 합격 연락이 와서 장류 공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서대구공단 소재의 흰색 건물 ‘삼화 장류 공장’ 정문에 들어설 때 코를 자극하는 간장 달이는 그 야릇한 냄새와 콩 삶는 냄새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삼화식품에서 18년 2개월을 근무하고, 성서지역에 특판 대리점을 개설하여 10년간 그당시 유통업계 대세였던 이마트와 롯데마트, 코스트코에 장류 제품의 납품을 하면서 학교급식 도매업도 병행하였습니다. 3-5년 동안에는 점진적인 매출 성장을 하였으나 그 이후에는 동종업계와의 경쟁, 학교 급식의 부실등으로 폐업을 하였습니다. 친구가 하는 식자재 납품 일도 도우다가 법원 앞에 있는 한 특허 사무실에서 상표등록, 특허 명세서 작성과 식품관련 특허 영업도 하며 다양한 지식과 장류 특허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죠.
-장류산업에 대해 들려주세요.
▶우리나라의 장류 산업은 경제성장과 식문화 개선 흐름을 타고 꾸준히 성장해왔고, 2000년대 초까지 장류 업체의 증설, 생산량의 증가로 시장규모 약 1조원까지 커졌습니다. 더불어 외식문화의 발전으로 덕용 포장 제품 소비 급성장, 일본 장류 소비의 흐름도 타고 소비자 건강 인식의 향상으로 고급화, 간장의 경우에는 혼합간장 주류에서 양조간장 판매량 증가로 발전되었지요. 앞으로도 장을 담그지 못하는 젊은 세대는 부모님 세대로부터 얻어먹거나 고품질의 전통 장류, 국산 원료 사용 제품에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패스트 푸드 및 외국 식품의 범람으로 장류 시장은 그 폭이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퇴직 후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학교급식 납품, 장류 도매업, 학교나 대형 식당에 가공품과 야채류등 식자재 납품, 프리렌서로 소규모 장류 공장에 장류 기술지도, 품질개선, 연구 개발, 장류 관련 특허 영업, 장류 설비 업체의 기술 고문 등의 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런 여러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인 다양한 경험이 지금 강소농 농산물 가공 컨설팅 업무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과거는 미래의 스승이죠.
-업계 활동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나요?
▶우리나라 장류 공장은 지역 별로 특이한 맛과 제조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시간 장류가 유통되면서 소비가 늦어지거나 소비자의 품질관련 클레임이 자주 제기 되는데, 보관중에 관리 소홀로 이상이 생기면 제조업체에 불평하고 심하면 욕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블랙 컨슈머를 자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이해시키고 개선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된장 한 통을 식당에 팔려고 장류 샘플을 들고 5~6번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개인 사업은 쉽지 않았지요.
-업계에 안타까운 점은?
▶몇몇 대기업이 장류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소 장류회사는 시장에서 서서히 소멸되었습니다. 대형 장류 업체가 판촉 행사와 인기 탤런트 광고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갔고,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과 신제품 연구에 등한시하여 매출 규모가 축소되고 서구화된 식문화 속에서 장류 소비는 감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삶의 생활신조와 좌우명은?
▶좌우명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삶은 이루어진다. 꿈꾸는 대로”라는 신조를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좀 우둔하게 느낄 수 있으나 근면, 성실하게 살면 남이 알아준다는 생각을 갖고 지내왔지요. 경북농업기술원에 전문위원으로 취업할 때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식품가공 기술과 장류 발효, 위생관리 능력을 우리 강소농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응시한다"고 자신 있게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지식과 경험을 통 크게 공유하면서, 매사에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