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14) 바우어 새의 뻔뻔함에서 인간 사회를 본다
[원더풀 시니어] (114) 바우어 새의 뻔뻔함에서 인간 사회를 본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7.06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의 “동물의 세계”에서 본 바우어 새의 이야기이다.

호주와 파푸아, 뉴기니 등에 서식하는 바우어 새는 독특한 구애 행동으로 유명하다. 바우어(신혼방의 뜻) 새의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몇 달에서 길게는 1년까지 공을 들인다. 그리고 독특한 행동을 하는데 바로 호화로운 둥지를 만드는 일이다. 약 1m 높이의 둥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나뭇가지가 4~5천 개 정도이고 각종 열매, 꽃, 조약돌, 조개껍데기 등을 물어와 내부를 꾸미고 과일즙으로 외벽을 칠하기도 하며, 장식물이 시들거나 낡으면 새로운 것으로 계속해서 바꿔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바우어 새는 숲 속의 작은 정원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암컷을 유혹한 뒤 목적을 달성하면 수컷은 폭군으로 돌변한다. 암컷을 부리로 쪼아대며 못살게 괴롭히고 새끼도 돌보지 않고 새로운 짝을 찾는다. 암컷은 혼자서 알을 낳아 부화시키고 새끼를 먹이는 일까지 전적으로 책임지고, 수컷은 또 다른 짝을 찾아 머뭇거리는 암컷을 밖으로 끌어내고 둥지의 정비와 다음에 사용할 노래와 춤을 준비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조류학자들은 ‘가장 뻔뻔한 새’라고 별칭을 붙여주었다. 인간 세상이든 동물 세계이든 드러난 현상과 눈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일어나는 잘못을, 바우어 새가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크게는 세계와 국가와 같은 큰 집단에서부터 가정과 같은 작은 집단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서로 마주하여 살아가고 있다.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에서의 혈연에 의한 친밀관계에서 촌수를 중심으로 한 친척관계와 이웃, 친구· 일이나 활동을 함께하는 동료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계를 갖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친구, 연인, 가족 등 어떤 관계도 항상 처음처럼 뜨거울 수만은 없다. 특히 세월이 오래될수록 서로의 고마움보다 당연함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점차 서로 간의 소중함마저 무뎌지고 소홀해지면서 어렵게 맺어진 좋은 인연이 허무하게 깨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업무와 함께 혼자서 모든 생활이 가능토록 변해가면서, 인간관계가 더욱 소홀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인간관계의 소중함이 몸에 익은 시니어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제는 독거노인 또는 노인부부가 사는 비율이 가족과 동거하는 비율보다도 높다고 한다. 노령화에 의한 질병과 함께 외출이 힘들어지면 친구나 친척관계가 멀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사회로부터 격리· 단절로 인한 외로움과 함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 올 수도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우리는 어울리며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서로 마주보며 표정과 함께 주고받는 대화와 기계를 통해 주고받는 대화는 다르다. 또한 친구, 연인, 가족 등 어떤 관계도 항상 처음처럼 뜨거울 수만은 없다. 특히 가족과 죽마고우처럼 오래된 관계일수록 서로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당연함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중함마저도 점점 무뎌지고 서로 소홀해지면서 어렵게 맺어진 인연이 허무하게 끊어지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라고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권태가 찾아올 때면 내가 먼저 지난 세월 동안 받은 배려와 은혜를 생각해보자.

내가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인연에 대해 항상 감사함을 잊지 말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