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초롱꽃이 피는 계절
[시골 꽃 이야기] 초롱꽃이 피는 계절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7.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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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 등불을 밝히다

6월 중순이 넘어서면 상사리에는 산딸기, 복분자 수확이 한창이다. 뙤약볕에서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는 일은 재미도 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다. 구슬땀을 흘리고 나면 쉽게 지치기 일쑤다. 이맘때 위로라도 하는 듯 때맞춰 피는 꽃이 초롱꽃이다. 긴 꽃대를 올려서 초롱을 여러 개 조롱조롱 매달고 그 무게에 허리를 살짝 굽힌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꽃모양이 초롱을 닮아 초롱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꽃만 보아도 금방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비슷하다. 하얀 모시옷 같은 초롱꽃은 그야말로 수수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보면 볼수록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벌들도 초롱꽃의 매력에 이끌려 꽃 속을 들락날락 한다. 한낮 무더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지만 잠시 쉬며 바라보는 초롱꽃의 아름다움이 기운을 내게 한다.

꽃대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초롱꽃. 장성희 기자
꽃대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초롱꽃. 장성희 기자

 

블로그 이웃의 나눔으로 우리집에 온 초롱꽃 세 포기가 이제는 곳곳에 새끼를 쳐서 수없이 많은 등불을 밝히고 있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나눔의 힘이 아름다움을 더 키운 것 같다.

요즘은 웬만한 곳에는 가로등이 있어 초롱불이 필요가 없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만 해도 저녁에 마실을 나갈 때에는 꼭 들고 다녀야 했다. 초를 넣어 만든 것인데, 어두운 밤에 외출할 때에는 요긴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는 등잔불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밤에 별다른 놀이거리가 없어 손가락으로 각종 동물모양을 만들며 동생들과 그림자놀이를 한 것도 기억난다. 추억으로 남게 된 놀이지만 가끔은 그리울 때도 있다. 지금은 빛이 넘치고 화려한 시대다. 그래서 빛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기도 한다. 초롱꽃을 보면서 기억 속에 묻힌 빛의 소중함도 떠올려본다. 거친 손마디에 흙이 떨어질 날이 없지만, 충실·정의·감사·은혜 등 초롱꽃 꽃말처럼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흐드러지게 피어서 발길을 붙잡는 초롱꽃. 장성희 기자
흐드러지게 피어서 발길을 붙잡는 초롱꽃.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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