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빚 2천 원을 갚은 사연
2년만에 빚 2천 원을 갚은 사연
  • 이한청 기자
  • 승인 2021.06.3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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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자
노점상의 모습
고단한 노점상 모습.이한청 기자

세상을 살다보면 원하든 원하지 않던 빚을 지고 산다. 부동산 구입을 위해 빌린 수 십억 부터  이웃간에 잠시 빌린 작은 액수의 빚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일상 생활에 어쩔수 없는 빚도 있지만 큰 빚을 지는것은 대개 과욕 때문인 경우가 많다. 빚은 꼭 갚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렇지 않는 얼굴 두꺼운 사람들도 꽤 많다.

며칠전 코로나 백신접종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김 전도사님과 AZ백신을 맞고 병원문을 나왔다. 몇 발짝 걷다가 전도사님이 잠시만요, 하고는 급히 앞에 노점상 할머니에게로 갔다. 한참을 이야기 하더니 돈을 꺼내 건내준다. 할머니는 아니라는 듯 두 손을 젖는다. 또 한동안 이러쿵저러쿵하기를.... 잠시 후, 검은 비닐봉지에 파 2단과 참외 봉지를 들고 돌아온다. 전도사님은 2년 전에 할머니 노점상에게 진 빚 2천원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년 전 늦은 가을 해 질 녘, 지방에 다녀오다가 버스 정류장 옆에서 노점상을 하는 할머니가 풋고추를 신문지 위에 펴놓고 팔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 이 풋고추 얼마에요?” 하고 물으니 “떨이니 2천 원 만 내고 가져가” 하셨다.  “그럼 주세요” 하고 보니 마침 돈이 하나도 없었다. “할머니, 죄송해요.” “돈이 떨어졌네요” 하니 “그냥 가져가, 나중에 지나가는 길에 주면 되지” 하셨다. 그런 연유로 2천 원 채무자가 되고 어언 2년이 지났다.

외상으로 산 풋고추 값을 갚으려고 몇 번을 가봐도 할머니를 뵐 수가 없었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그 후 직장 문제로 지방으로 가서 생활하면서 외상값 2천 원을 갚지 못해서 2년 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백신을 맞고 나오다 보니 노점상 할머니가 그분 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2년 전 이야기를 하니 기억을 못하셨다. 옆에서 듣고 있던 분이 그 할머니가 맞다고 하시면 그동안 몸이 불편하여 한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할머니 늦어서 죄송하지만 받으셔요”하고 돈을 드리니 받지 않겠다고 해서 억지로 드리니 할머니는 파 2단을 봉지에 넣어 주시면서 "이렇게라고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셨다. 파를 받네 못 받네 결국 파 2단을 받고는 그냥 돌아 올 수가 없어 또 참외 1만 원 어치를 사가지고 왔단다.

이런 모습이 한국의 진정한 모습이고 정서인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푸근함과 넉넉함을 사라지고 서로의 삶이 냉냉하고 삭막해졌다. 어머니 품안 같은 푸근한 정은 사라지고, 헐뜯고 속이는 풍조가 넘처흐른다. 세상이 살기 힘들고 어렵다 보니 삶이 각박하게 변하기도 하겠지만, 이상한 풍조의 교육도 한몫을 했다.

사람이 양심적으로 살아간다면 많은 법이 필요 없을 텐데, 좋은 머리를 나쁜 쪽으로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법에 걸려 아무것도 못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지키지도 않으면서 법을 계속 만들고 있으니 그 법들이 정말 필요한 이유를 모를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단돈 2천 원을 갚지 못해 2년 동안 무거운 마음으로 지낸 사람이 있는 반면에, 호의호식하면서 일반 서민은 생각도 못할 억만금을 숨겨두고 수억의 세금을 탈세하고 사는 오랑(人間) 들도 있다. 그런 인간들이 이 나라에 서민들이 아닌 잘난 특권층들이다. 스스로를 용이라 생각하는 가증스러운 인간들이 아닌가?

자신들이 누리고 살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자신들의 호사를 위하여 존재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나라에도 도덕이 숨 쉬고 상식이 통하는 따듯한 봄철이 오기는 할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올까? 공의가 물같이 흐르고 정의로운 사회,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실현되는 포근한 세상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