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의 공정'에 대한 상념
'불공정의 공정'에 대한 상념
  • 석종출 기자
  • 승인 2021.06.28 10: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이를 용인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

공정(公正)의 사전적 해석은 '어떤 대상이나 행동의 작용들이 사사롭지 않고 바르며 참된 상태에 있는 것' 으로 되어있다. 작년에 정치적인 인사(人事)문제로 인하여 불거지기 시작해서 작금에는 마치 큰 물결처럼 흘러가는 공정이라는 화두에 몰입되어 있는 것 같다.

사회 조직속에서 행하여진 행동이나 사실에 대하여 ‘공정한가’ 라고 했을 때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이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매듭을 지어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애초부터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 출생에 있어서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 때문에 태어난 것의 상황을 공정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불공정한 공정이다.

혹자는 공정을 '똑같음' 으로 편향되게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러하니 너도 이러해야만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삼십 대 중반의 야당 대표 선출을 두고 불공정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공정의 결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의 능력과 공정의 기준을 섞어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판단한다면 그것을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가?

경찰대학을 졸업한 22살의 초급간부 A 경위가 30살의 순경에게는 불공정한가? 공정한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22살의 B 소위가 왜 28살의 육군 이등병 눈에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이조 오백 년 왕조 중에 왕의 씨가 아닌 외척의 눈에는 불공정의 시대였던 게 사실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만인에게 모두가 공정한 때와 공정한 것은 없다. 목표물을 둘러싼 모든 변수가 달라지고 환경들이 그때를 기준으로 지배하게 된다. 불공정의 공정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때 인권선언에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진다”고 했지만 과거에는 그러했는가? 지금은 그러한가? 미래도?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상이고 꿈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을 질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는 없다. 이것도 불공정의 공정이다.

교육의 기회는 완전하게 공정했는가를 물어본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 개인의 잘못인지에 대해서도 공정한 룰이 적용되고 있는지 물어본다. 개인이나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의 능력은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대물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곱씹어 되물어 보지만 여기에 대답할 공정한 잣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이를 용인하고 다름을 포용하며 역지사지를 기준으로 삼을 공정은 불가능한 것일까? 누구에게나 모든 것이 똑같이 공정한 세상은 없다. 내로남불 이라는 새로 만들어진 단어도 불공정한 공정을 말한다. 잣대를 누가 쥐고 있으며 어떤 기준을 설정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차이를 줄여주며 기회의 균등과 보편적 가치를 함께 공유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