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종 임금도 감탄한 풍광, 충주 수주팔봉
철종 임금도 감탄한 풍광, 충주 수주팔봉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7.0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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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와 팔봉폭포, 한폭의 동양화

 

모래톱에 둘러쌓인 팔봉마을은 코로나 이후 차박으로 인기가 높다. 장희자 기자

떠나자.
향내음 맡으러
엉킨 것 풀고
신선 마시러 가자.
무거운 짐 부리고
순수 세계로 출발하는
예의 바른 손님이여!
그대를 부른다.

(자연으로,   강신갑)

 

수주팔봉은 충북 충주시 살미면 토계리 산3-3번지에 있다. 수주팔봉(水周八峰)은 문주리 팔봉마을에서 달천 건너 동쪽의 산을 바라보면,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달천 위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떠오른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수주팔봉은 바위로 이루어져 위세가 당당하다.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창검처럼 세워져 수직 절벽을 이루어 멋진 볼거리를 준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수주팔봉 일대는 옥천계 문주리층(석편암)이 분포하는 곳이고 풍화에 강한 암벽이다.

팔봉폭포 위에 2018년 출렁다리를 설치하였다. 장희자 기자

달천은 수안보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오가천과 합해지면서 심하게 곡류한다. 그 과정에서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산줄기가 형성된다. 다른 방향 구조선들에 의해 산줄기가 잘게 나누어지면서 여러 개의 봉우리로 분리된다. 달천의 맑은 물과 기암절벽을 안고 서 있는 기암 계곡이 형성되었다.

1963년 정부 식량증산 정책에 따라 수주팔봉 일부인 칼바위를 절단하였다. 토계리에서 흐르는 지류의 방향을 돌려 농경지로 활용하고자 만들었다. 팔봉폭포는 이렇게 하여 달천으로 흘러드는 오가천의 물길이 수주팔봉 가운데로 떨어지며 만들어졌다. 필요에 따라 몸 한가운데가 잘려나간 셈이다.

2018년에는 팔봉폭포 위로 길이 47.75m, 폭 1.7m 출렁다리를 설치하였다. 수주팔봉은 출렁다리를 건너 두룽산에 올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수려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바위 협곡 데크로드를 따라 두룽산 방향으로 350m 지점에 위치한다.

폭포 아래 물웅덩이가 하트 모양으로 인상적이다. 장희자 기자

 

수주팔봉이 온전한 모습이던 조선 철종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왕이 꿈에 여덟 개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 발을 담그자 발밑으로 수달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신선이 된 듯했다. 그 꿈이 현실처럼 생생해 영의정을 불러 얘기했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을까? "충주의 수주팔봉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라는 이조판서의 말에 왕이 직접 충주까지 간다. 배를 타고 수주팔봉 칼바위 아래 도착한 철종은 "과연 꿈에서 본 그곳이구나" 감탄하며 달천에 발을 담갔다고 한다. 지금도 왕이 도착한 나루터와 마을은 어림포 "왕답마을"로 불린다.

출렁다리 건너 모원정 지붕이 보인다. 장희자 기자

달천은 속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발원해 충북 내륙의 산과 들을 적시며 수려한 계곡을 만든다. 충주시의 남쪽과 서쪽을 감싸듯 흐른다. 품을 넓혀 충북의 2대 평야 중 하나인 달천평야를 만드는 충주의 젖줄이다.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 ‘달래강이라 불리기도 한 달천은 충주 시민의 식수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고려 말의 학자 이행은 이 땅 물맛 중 최고는 충주 달천이요, 다음은 한강 우중수요, 셋째는 속리산 삼타수다' 라며 달천의 물맛을 최고로 꼽았다.

충주 시내에서 달천을 거슬러 오르다가 달천교 지나 살미면 향산리에 이르면 물줄기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 그림자가 넉넉하고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물빛에 감탄사가 터진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수달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오가천이 청들녁을 휘감아 돌고 있는 모습이다.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