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꽃 이야기] 낮을 더 환하게 밝혀주는 분홍낮달맞이꽃
[시골 꽃 이야기] 낮을 더 환하게 밝혀주는 분홍낮달맞이꽃
  • 장성희 기자
  • 승인 2021.06.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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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으로 낮달을 맞이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피고 지는 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뒤늦게 핀 상사리의 장미는 그 화려함으로 절정을 치닫는가 싶더니 이제는 한 잎 두 잎 꽃잎을 떨구고 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갈 길은 내가 간다고 하며 진작부터 조용히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분홍낮달맞이꽃이 있다. 담벼락 밑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달맞이꽃은 이름 그대로 달을 맞이하는 꽃이다. 저녁이 되면 꽃이 피고 밤새도록 달빛과 노닐다가 아침에 입을 오므리는 노란색의 꽃이다. 게으른 사람은 오묘한 달맞이꽃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 적어도 아침 일찍, 이슬이 깨기 전에는 일어나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홍낮달맞이꽃은 다르다. 오히려 낮에 피어 밝은 낮을 더 환하게 해준다. 꽃모양이 달맞이꽃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 않다. 달맞이꽃에 비해 무척 크고 빛깔도 다르다. 달이 없는 낮에 연분홍색의 꽃을 피우며 낮달이 뜨기만을 기다린다고 붙여진 이름 같다.

사실 달은 일 년 내내 떠 있지만 태양의 빛 때문에 낮에는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끔씩 낮달을 볼 때도 있긴 하다. 분홍낮달맞이꽃은 달이 눈에 보이나 보이지 않으나 반달일 때나 보름달일 때나 낮달을 맞이하는 셈이다.

분홍낮달맞이꽃이 곱게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분홍낮달맞이꽃이 곱게 피어 있다. 장성희 기자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방금 꽃의 요정이 다녀간 느낌이 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분홍빛의 꽃잎을 자세히 보니 실핏줄 같은 줄무늬가 선명하다. 너무 신비롭게 보인다. 많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순박한 시골 처녀처럼 참 예쁘다. 요즘 꽃만 보면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고, 몸이 간다. 한두 송이가 있어도 주위가 환해지는데 무더기로 피어 있으니 발길이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번식도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씨가 떨어져 알아서 자라기도 하고 줄기를 꺾어서 땅에 꽂아놓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상사리의 모진 겨울 추위도 이겨내고 때가 되면 이렇게 어여쁜 꽃으로 다가오니 정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꽃말은 '무언의 사랑'이라고 하는데, 달님을 향한 낮달맞이꽃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 같다. 꽃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찡하다.

분홍낮달맞이꽃이 무더기로 피어서 발길을 붙잡는다. 장성희 기자
분홍낮달맞이꽃이 무더기로 피어서 발길을 붙잡는다.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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