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 그 향연에 취하다!
사물놀이, 그 향연에 취하다!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1.06.2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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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한 정숙영씨

갠지갠지, 쿵, 딱, 따~

초록이 짙어가는 유월, 울타리 하나로 대로(大路)와 경계를 이루는 노변동의 한 정자에서 정숙영(63.경북 경산시)씨가 문하생에게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다. 대로변이라 시끄러울 거라는 생각도 잠시, 두드리고 쳐야 하는 연습 공간으로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

사물놀이의 사물이란 불교용어로 사찰에서 아침저녁으로 예불할 때 치는 네 가지 불구(佛具)인 법고, 운판, 목어, 범종을 말한다. 여기에서 연유하여 1978년, 김덕수에 의해 꽹과리, 북, 장구, 징으로 공연하는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음악이 최초로 탄생된 것이다.

농악이라 불리는 풍물놀이가 다수의 인원으로 야외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사물놀이는 실내에서 최소 인원 4명이 ‘앉은반’으로 연주하는데, 일정한 시간에 기존의 농악가락을 이용하면서도 밀도 있게 압축하여 음악회 형식으로 하는 농악판이다.

사물놀이와의 인연을 말씀하시는 정숙영씨    우남희 기자
사물놀이와의 인연을 말씀하시는 정숙영씨. 우남희 기자

 

▶사물놀이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사물놀이에 입문한 지 10여 년 됩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아버님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았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걱정이 된 남편이 어머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먼저 일 년에 열세 번이나 되는 제사를 절반으로 줄이고, 뭐라도 배우게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학교 선배인 현(사) 수성예술진흥회 단장이시며 전국민속심사 위원장이신 장재영 원장님에게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사물놀이를 처음 접했고 장재영 원장님에게 전수 받고 있습니다.

사실 사물놀이 악기인 꽹과리, 북, 장구, 징은 다룰 줄 몰랐지만 아버님을 통해 익히 알고는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고산농악의 단원으로 활동을 했거든요. 가족으로 내내 지켜보면서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하모니카, 기타, 피아노, 드럼 등과 같은 현대악기도 많은데 하필이면 사물놀이로 이끈 것은 억지인지 모르겠지만 아버님이 몸담았던 농악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물을 하면서 이 길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 싶었습니다.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사물놀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최소 4명은 있어야 합니다. 꽹과리면 꽹과리, 장구면 장구 등, 한 악기만 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네 가지 악기를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장구를 배웠지만 장구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꽹과리를 배웠고 북과 징은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수업은 보통 1시간 했습니다. 연습실은 아침 10시에서 저녁 7시까지 개방하는데 저는 수업을 마치고도 그곳에 남아 다른 사람의 수업을 귀동냥하며 악보를 익혔고 선생님의 연주를 녹음해서 시도 때도 없이 듣곤 했습니다. 잘 때도 꽹과리를 끌어안고 잘 정도였으며 귀에서 환청이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지도 선생님에게 악기를 배우지만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몸짓과 손짓으로 나타내는 동작을 ‘발림’이라고 하는데 그 발림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고 관객들이 보기에도 좋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노변동 정자에서 문하생에게 개인지도   우남희 기자
노변동 정자에서 문하생에게 개인지도하고 있다. 우남희 기자

▶공연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입문한 지 10여 년 되었는데 그 경력으로는 사실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피아노, 하모니카를 비롯해 이 사물 악기 연주도 기술이라 쉬지 않고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실력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 사무실을 따로 내지 않고 제 상가건물에서 연습하고 이곳과 같은 정자에서 연습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에 비해 복지관, 교도소의 봉사는 줄었지만 지인들의 소개로 꾸준하게 개인 지도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방과 후 수업, 꿈다락,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을 주관하는 문화진흥포럼에서도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문화진흥포럼에서 주관하는 현장체험학습 현장인 신숭겸유적지에서.  우남희 기자
문화진흥포럼에서 주관하는 현장체험학습 현장인 신숭겸장군유적지에서 사물놀이를 지도하고 있다. 우남희 기자

문화진흥포럼이 주관하는 현장체험학습 현장인 신숭겸유적지에 보조교사로 참여한 문하생 전세경(56.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수업에 처음 참여했는데 두 시간동안 학생들이 배우면 얼마나 배울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은 현대음악에 젖어 우리 악기와 옛 것에 대해 관심이 적을 거라 생각하며 내심 걱정했는데 재미있어 하고 어른들보다 더 빨리 습득하는 걸 보고 저도 신명났고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