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여성예비군 각개전투 훈련
아들과 여성예비군 각개전투 훈련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1.06.17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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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 달 6월이 오면
몸 따로 마음 따로
여성예비군 그 시절이 생각난다

 

아들의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다.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보니 여성예비군 그 시절이 생각난다.  '앞으로 총'을 외치며 야산을 뛰어올랐던 각개전투훈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각개전투 훈련은 군대 훈련 중의 하나로 각자 전투를 한다는 뜻이다. 목적은 병사 개인이나 분.소대의 약진과 포복 등으로 실제 가상 전투를 하면서 생존 보존과 방어와 함께 목표 달성을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며, 다음은 목표물 점령이다. 훈련 시에는 군복과 철모는 물론이고, 배낭과 M16 소총도 착용한다. 훈련은 여성예비군이라고 다를 게 없다. 그 중에서도 서바이벌 사격 훈련은 살벌하다. 산중턱에 모 군의 적군을 만들어 놓고 총을 겨루며 마지막 순간에는 육박전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반공호에 들어가서 주위를 살피다가 가상적군을 발견하면 사격으로 일망타진을 한다. 훈련이 막바지에 이르면 목이 마르고 배도 고프다. 비상 식량으로 건빵 몇 개와 수통을 입에 물고 목을 축인다. 

그 시절 여성예비군도 훈련 시에 각기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몸이 허약한 예비군은 육박전을 하다가 체력이 고갈되어 더러는 도중 하차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자 역시 누워서 통과해야 하는 철조망이 고역이었다. 그날도 철조망을 통과하다가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고 말았다. 철가시가 촘촘히 박힌 좁은 공간 속으로 몸을 누이니 돌아눕지도 못할 만큼 바닥과 철조망 간격이 좁았다. 평균치가 넘는 기자의 육중한 몸은 아무리 용을 써도 그곳을 통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체격이 날씬하고 운동신경이 발달한 예비군은 의외로 철조망을 쉽게 통과했다. 기자는 누운 채로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 때가 있었다. 그 모습은 거북이가 뒤로 자빠져 발을 하늘로 쳐들고 바둥거리는 꼴이라니. 결국은 지켜야 할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아들 같은 조교가 진땀을 빼는 기자에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훈련도 실전같이'라는 상황에서 적군도 도와준다고 했을까? 죽을 힘을 다하여 앞으로 나갔다. 아뿔사!  막바지에 군복이 철조망에 걸려 찢어졌다. 끝내 가슴에 영광의 훈장 하나를 달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먼저 온  훈련생들이 꼴찌로 들어 온 기자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왔다. 

여성예비군 활동범위는 다양하다. 비상시나 전시에는 국가에 귀속된다. 정기적인 훈련과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한다. 저소득층 무료급식과 산불조심 캠페인, 군부대 배식지원을 하며, 친목 도모로 군인들과 합동 경기도 한다. 또한 해마다 추진하는 현장학습으로 전국 비무장지대를 돌아본다. 

아들이 현관문을 나선다. 배웅을 하는 기자에게 손을 이마에 올리며 '충성'을 외친다.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이 듬직하다. 앞산 현충로에서 캠페인을 벌이던 여성예비군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