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족지혈(鳥足之血)
조족지혈(鳥足之血)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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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유리와 반도체가 되는 것은 신화고 전설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주역인 작고한 경제인의 자서전을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그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서 자서전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자서전을 통하여 그의 성공의 배경과 철학을 새삼 공감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 과정과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업적 홍보와 정계 진출에 관한 변명이 과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인들은 대부분 자서전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소설가 김훈((金薰, 1948∼) 씨는 그의 산문집에서 지극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밖으로만 나돌던 부친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광야를 달리는 말이 마굿간을 돌보랴?’, 그의 부친은 당대 제일의 무협소설 작가인 김광주(金光洲, 1910~1973) 씨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李御寧, 1933∼) 교수는 시대별로 자신의 생각과 활동, 저서에 관하여 기자와 대담하면서 ‘창조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하도록 했다.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朴婉緖, 1931∼2011) 씨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의 고향인 개성과 서울에서 일제 치하와 광복, 6·25 전쟁을 겪을 때까지의 삶을 그린 자전적 작품으로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작가는 말년의 수필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고, 십 년 정도 젊어질 수 있으면 산골에서 최소한의 농사만 짓고 완벽하게 정직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다.

최근 전직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간 심정 …’ 하고 언급하자, 조족지혈(曺族之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은 새 발의 피다. 뼈와 근육만 있는 조류의 발에 피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닷가 백사장의 모래밭에는 조족지혈처럼 사금도 들어있다. 사금은 기껏해야 금붙이가 되지만 모래는 유리가 되고 반도체가 된다.

금이 금붙이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모래가 유리와 반도체가 되는 것은 신화고 전설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자서전을 비롯한 다양한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올 조짐이다.

옥석(玉石)을 가리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들 몫이다.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목록(대구점, 6월7일). 정신교 기자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목록(대구점, 6월7일).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