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야기] 사원과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①
[지구촌 이야기] 사원과 파고다의 나라 미얀마①
  • 강지윤 기자
  • 승인 2021.06.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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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힐'이라 불리는 언덕에 오르면 아래로  펼쳐진 시가지의 모습이 잘 보인다.  강지윤 기자
'만달레이 힐'이라 불리는 언덕에 오르면 아래로 펼쳐진 시가지의 모습이 잘 보인다. 강지윤 기자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우리의 일상은 무너졌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팬데믹은 도시 전체가 봉쇄되는 우여곡절에도 빠르게 아시아, 유럽, 인도, 미국, 남아메리카 등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5월 17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1억 6317만명을 넘어섰다(월드오미터 집계). 사망자 수는 69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처럼 많은 희생자와 경제적 손실,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든 팬데믹도 백신으로 인해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은 5월 25일 현재 18세 이상 성인의 5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했고, 62%는 1차 접종을 끝냈다. 연방정부는 백신 접종자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의 의무화 지침도 해제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관람하는 사진 한 장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국에서도 5월 27일부터 65~74세에 대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과 함께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되었다. 7월 1일부터는 1차· 2차 접종자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10월 1일부터는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일상 회복이 가능해진다. 길고 지루한 집콕의 시대를 살아내며 우울해졌던 마음이 기대로 부푼다. 아직은 성급해 보이는 여행의 기대를 사진으로 대신하며 지나간 시간 만났던 풍경과 사람, 문화와 역사를 소묘하듯 엮어 본다. 여행기라고 하기에 너무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시간의 기록이라 그저 한 장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 모음이다.

거리를 거니는 수도승에게서  고즈넉한 평화를 느낀다.  강지윤 기자
거리를 거니는 수도승에게서 고즈넉한 평화를 느낀다. 강지윤 기자

 

◆ 미얀마(Myanmar)

2021년 2월1일 미얀마군이 일으킨 쿠데타로 미얀마의 국가 고문 ‘아웅산 수치’와 대통령, 여당 지도자들이 축출된 뒤 가택 연금 됐다. 쿠데타가 일어난 뒤, 미얀마 군부는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참모총장 ‘민 아웅 홀라잉’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주의당’이 압승하자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하고, ‘2.1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군부는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는 5월 25일 기준 사망자는 827명으로 5,421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지금 이 시각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 미얀마의 모습은 군부의 ‘무력쿠데타’와 대치하는 ‘시민군’의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의 살벌한 ‘미얀마사태’에 가려진 미얀마의 모습이 다는 아니다. 2018년 12월과 수년 전, 2번에 걸쳐 다녀온 미얀마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사진으로 남은 미얀마를 다시 한번 둘러본다.

동틀 녘이면  만달레이  들판에는 열기구가 가득하다.사원과 탑  이라와디강이 보여주는 고도를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윤 기자
동틀 녘이면 바간 들판에는 열기구가 가득하다. 사원과 탑, 이라와디강이 보여주는 고도를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지윤 기자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나라. 순박한 미소에 소박한 소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인구의 90%가 불교 신자인 나라. 양곤 시내 어느곳에서도 보이는,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금빛 찬란한 쉐다곤 파고다의 위용. 새벽 6시경이면 자주색 가사를 걸치고 맨발로 탁발에 나서는 수행자들의 긴 행렬. 데이트하는 남녀조차 사원의 그늘에서 쉬고, 형편 닿는 대로 하는 보시의 생활화. 불교가 생활 그 자체인 나라.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으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 발길 닿는 곳 눈길 닿는 곳마다 사원과 파고다가 숲을 이루는 나라. 수줍음이 많지만,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좋아하고 국민 70%가 매일 하루 1~2시간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사람들. 미얀마에서 남성은 평생에 한 번은 단기 출가를 하고, 1~6개월 정도 사원에서 승려 생활을 한다. 이를 통해 신심의 뿌리를 다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는다. 양곤대학 재학생의 80%가 여자일 정도로 여성들의 교육열은 뜨겁고 생활력 또한 강한 나라다.

사원  광장에는 부처님께 올리는 꽃을 파는 소녀가 일찍부터 나와  손님을 기다린다.뺨에는 '타나카'라 부르는 나무 뿌리로 만든 선크림을 발랐다. 강지윤 기자
사원 광장에는 부처님께 올리는 꽃을 파는 소녀가 일찍부터 나와 손님을 기다린다. 뺨에는 '타나카'라 부르는 나무 뿌리로 만든 선크림을 발랐다. 강지윤 기자

 

미얀마는 인도대륙과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1989년 이전에는 버마로 불려졌으며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라오스, 중국,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국토는 한국의 약 3배, 인구는 5600만 명 정도. 버마족(미얀마족)이 인구의 72%를 차지하며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사정부에 의한 사회주의 중앙 계획 체제이며 대부분의 기업은 국영화되어있다. 미얀마 교육과정은 총 10년이 걸린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이 대부분이다. 농업인구가 많아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문맹률은 약 17%(2013년 기준)로 집 주변의 많은 사원이 학교 역할을 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위빠사나 수행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겨울철이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외 여러 나라에서 들어와 수행하는 ‘마하시 명상센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해결되지 않은 채 부담을 주고있는 무슬림인 ‘로힝야족’등 소수민족과의 갈등도 여전하다. 100여 개의 토착 언어가 쓰이고 있을만큼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로 종교와 문화 등으로 인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부처님 말씀을 새긴 사원에서 미얀마 전통춤을 추는 자매.열심히 배워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단다.  강지윤 기자
부처님 말씀을 새긴 사원에서 미얀마 전통춤을 추는 자매. 열심히 배워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단다. 강지윤 기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미얀마 산맥을 따라 흐르는 이라와디강의 길이는 2100km로 인구의 70% 이상이 이라와디강 유역과 해안 지역에 모여 산다. 여행자들은 제1의 도시 ‘양곤’과 영국 식민지가 되기 전 마지막 수도였던 ‘만달레이’, 미얀마 지역 첫 통일 왕국의 수도였으며 ‘유네스코 지정 3대 불교 유적지인 ‘바간’ 등을 많이 찾는다. 여름철에도 기후가 선선하며 트레킹하기에 좋은 북쪽의 산정호수 ‘인레 호수’ 지역도 여행하기에 좋다. 미얀마는 치안 상태가 좋은 데다 물가도 부담스럽지 않다. 지역적으로 넓어서 지역 간 이동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는데 내국인과 외국인 요금이 다르다. 외국인 요금은 내국인의 2배가량이 된다.

따웅따만 호수 위로 높이 3m  폭 2m  총길이 1209m에 달하는  '우 빼인' 다리.150여 년 전  '우 빼인'이라는 사람이  스님들이 탁발을 다닐 수 있도록 보시했다고 전해진다.티크나무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우기에는 물이 난간까지 차지만,건기에는 물이 빠져 아찔하게  보인다. 지금까지도 왕래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강지윤 기자
따웅따만 호수 위로 높이 3m 폭 2m 총길이 1209m에 달하는 '우 빼인' 다리. 150여 년 전 '우 빼인'이라는 사람이 스님들이 탁발을 다닐 수 있도록 보시했다고 전해진다. 티크나무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우기에는 물이 난간까지 차지만,건기에는 물이 빠져 아찔하게 보인다.  지금까지도 왕래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강지윤 기자

 

‘인레 호수’ 지역을 여행할 경우 일출 전에 호수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물새들의 비상과 새벽안개,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준비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수상가옥에 비쳐드는 조용한 아침 햇살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전날 보트를 예약해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프런트에서 예약을 잡아준다. 날이 밝으면 소수민족들이 생활의 터전이기도 한 수상가옥 순례도 해볼 만하다. 염색과 직조 은세공 등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그들의 시연도 볼 수 있고 취향에 맞는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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