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그 후유증
코로나 백신, 그 후유증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1.05.31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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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완고한 제사의식을 바꿔 놓았다.
제사음식전문점 포장 상자. 김외남 기자

세계적 중병인 코로나는 나와 주위를 위해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국가시책에 따라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맞은 직후 그날은 생생하였다. 승용차로 수성구민 접종 장소인 육상진흥 센터 부근과 수심 깊은 내환지를 지나고 청계사로 드라이버도 했다. 보온병에 끓여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산길 따라 골짝 등산로로 임구에서 기슭까지 오르기도했다. 내친김에 경산시 친정 마을에도 들렀다. 친정집 대문은 굳게 닫혀있고 아담하던 작은 앞산이 화장품공단이 들어오면서 흙무더기로 변하고 마을 생김새가 낮설다.

사진촬영지로 이름난 반곡지의 저수지 물빛도 보고 못 둑의 푸르른 왕버들도 보고 집에 왔다. 뭔가 심상찮다. 자꾸 목이 꺽꺽하고 갈라지는 느낌과  마른 목쉰 소리에 콧물 재채기가 난다. 덜컥 겁이 난다. 집에 오자마자 푹 잤다. 식구들을 의식해서 잠 잘 때도 마스크를 썼다. 이삼일 지났는데도 미열에 속옷이 자꾸 젖는다. 이런 증상은 면역체가 생성되는 좋은 증세라고 누가 말했다.

내일은 시어머니 제사다. 이 상태로는 시장보기도 제사음식 장만도 동서들 집합시키기도 어려울듯하다. 잘 통하는 시동생에게 전화하여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30만 원을 주면 음식도 깨끗하고 그 시간에 맞게 포장해서 배달해 주는 집을 잘 알고 있으니 제사걱정은하지 말라한다. '53 제사음식전문'이라는 무겁고 커다란 상자가 도착했다. 아직 따끈한 탕국맛도 좋고 잘 구워진 조기 두 마리가 비닐에 포장되어왔다. 다섯 가지 나물에 건어물과 유과, 과일, 떡, 육류, 육전이며 소 전이며 양초와 향까지 제주까지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집에서는 멧 밥만 하면 됐다. 제사 지내기엔 좀 이른 시간이지만 9시로 시간을 정했더니 시간 맞게 다들 왔다. 제사 때면 힘들고 피곤함이 내혼자만의 몫이었다. 아하 이렇게 해도 되는 구나. 제사음식 장만한다고 산적꿰고, 지지고, 볶고, 굽고, 삶고, 몸을 혹사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확 달라지는 관습. 시동생들이 경비 일체를 자기가 부담하마고 밀 당을 한다. 거기다 형수 절대 아프면 안돼요. 없는 우리 집에와서 우리 형제들 이렇게 잘 이끌어 주시고 제사 모시는 힘듦을 묵묵해 해주신 은혜 살아가면서 갚고 보답하겠단다.

연전 까지만해도 잘났다고 옥신각신 해대며 형수가 어떻고 턱밑까지 대들던 불신이 한방에 싹 날아간다. 거기다가 형수 맛있는 것 사 먹고 아프지 말고 힘내라면서 금일봉까지. 2차 접종만 잘 이겨내면 코로나 면역뿐 아니라 형제간끼리 쌓였던 싹 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형제 가족 간 우애도 면역도 싹튼다. 몸도 개운해졌다. 오늘을 기준으로 매년 제사음식 사서 하로 작정한다. 제사 닥칠때마다 가슴누르던 고뇌가 코로나로인해 제사풍속까지 싹 바꾸어 놓았다. 사 오십 대 때의 철딱서니 시동생들이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넘기더니 이젠 서서히 철들어가나 보다. 앞으로 건강해지고 우애를 지킬 일만 남았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