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곡하우젠트아너스빌 '꿈꾸는 작은도서관'을 찾아서
죽곡하우젠트아너스빌 '꿈꾸는 작은도서관'을 찾아서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1.05.3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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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째 혼자 봉사하는 뚝심의 박상기 관장
이사 간 사람도 찾아오는 자랑스런 도서관
860명 회원의 '꿈꾸는작은도서관(죽곡)' 밴드 운영
박상기 관장
박상기 관장. 최종식 기자

‘작은 도서관’은 시민들의 생활 공간 가까운 곳에 위치해 누구나 지식 정보와 생활, 문화 서비스의 혜택을 손쉽게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설립된 도서관이다.

현재 대구시내 120여 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청이나 구청 등 행정기관에 설치된 도서관은 예산이나 운영 등에 문제가 없으나 민간에서 자치적으로 설치한 도서관은 운영이 잘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아파트가 생길 때마다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도서관이 옵션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장소만 제공되고 있다. 세부 운영은 아파트 자체가 맡아야 한다. 당연히 소요예산도 자체 부담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운영이 잘 되지만 갈수록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더해져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 복지를 위한 공간이 흉물이 되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되고 있다.

그런데도 연중 많은 이용객들로 붐비는 모범적인 도서관이 있어 화제다. 여기에는 12년 째 혼자서 봉사하며 한 자리를 지켜온 뚝심 있는 관장이 있다. 주인공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왕선로 26길, 죽곡하우젠트아너스빌, ‘꿈꾸는작은도서관’ 박상기(48) 관장이다.

지난 5월 22일 18시, 도서관 업무에 바쁜 박상기 관장을 만났다. 잠시 틈을 내어 도서관 운영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보았다.

- 수고가 많으십니다. 도서관의 역사와 관장님의 업무 분야는?

▶ 저는 104동 주민으로 지난 2010년 3월에 도서관을 개설하여 지금까지 12년 째 미력이나마 봉사하고 있습니다. 당시엔 공간만 제공되고 아무 것도 없어 막막했습니다. 도서관 설치에 관한 주민들의 열망도 커서 열정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함께 일할 봉사자를 모집했으나 한두 달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지금까지 혼자 예산 확보, 도서 구입, 대출, 개관, 밴드 운영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 소장하고 있는 책의 수는 얼마인가요?

▶ 소장 권 수는 약 6,000권 정도 됩니다.

- 예산은 어떻게 조달하나요?

▶ 매월 아파트 예산에서 150,000원 씩 지원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실적에 따라 달성군에서 년 1회 1백만 원 정도 지원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월 신간 구입비에 150,000원 모두 지출됩니다. 시리즈 같은 인기 도서는 가격이 비싸서 몇 권 밖에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예산 부족으로 간식비나 인터넷 사용을 중지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 코로나로 인해 평일 개관은 힘들겠습니다. 도서 대출 및 개관은 어떻게 하나요?

▶ 주 2회 정도 개관했으나 요즘은 매주 1회, 토요일 4시 반부터 6시까지 개방하고 있으며 대신 대출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밴드를 운영하여 각종 신간 서적을 소개하고 대출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 수는 860 명 정도이니 대단하지요.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 활용은 매주 10여 명 참가하고 있고, 대출자도 매주 30여 명 정도 됩니다.  매월 대여 권수는 개인 4권, 가족 10권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 운영해 오면서 보람된 점이 있었다면?

▶ 매주 많은 사람들이 책을 대여해 가고 반납하면서 감사의 말씀을 해 올 때가 마음이 흐뭇합니다. 그런 것 보다 도서관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게 가장 즐겁습니다. 특히 이사 간 친구들이 찾아올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2년 전 시 낭송 대회를 열어 많은 주민이 참여해서 함께 즐거움을 누렸던 일도 보람된 것 같아요. 앞으로 여건이 되면 도서관 관련 행사도 많이 할 예정입니다.

- 운영에 오면서 어려웠던 점은?

▶ 예산이 부족하여 회원들이 원하는 신간을 다 구입 못하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못 사주는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보조자 없이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힘이 부칠 때가 있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나와야 하는 점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장 속상할 때는 다른 일이 있는데도 포기하고 시간 맞춰 나왔는데 이용객이 없을 때입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 해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나 앞으로의 포부는?

▶ 무엇보다 회원들이 비치된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독서가 큰 재산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유인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함께 봉사할 분들이 나타났으면 좋겠고 예산도 충분히 확보되어 운영비나 도서 구입에 부족함이 없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1년 내내 매주 토요일은 아예 도서관에 나와  봉사하고 있는 박상기 관장의 모습이 장하게 느껴졌다. 특유의 친절로 도서관을 찾는 모든 회원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어 더욱 화기애애한 도서관, 오고싶어 하는 도서관이 된 것 같았다.

105동에 거주하는 왕선초등학교 2학년 우수한(9) 어린이는 일치감치 원탁 테이블에 앉아 삼국지 역사 만화책에 빠져 있다. 도서관에 오면 관장님이 친절해서 좋고 재미있는 책이 많아서 좋다며 은근히 기자에게 자랑을 한다.

‘꿈꾸는작은도서관(죽곡)’ 밴드에는 868명의 회원들이 1년 365일 관장과 대화하며 대출, 반입, 신간 안내, 도서행사로 북적이고 있다. 이 작은도서관의 미담이 전국적으로 흘러나가 작은 도서관 활성화에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지일관 내 일을 제쳐놓고 주민들의 독서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박상기 관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우수한 어린이
작은도서관 내부 모습. 최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