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느끼다] 심연수의 '소년아 봄은 오려니'
[시를 느끼다] 심연수의 '소년아 봄은 오려니'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1.05.14 10:00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연수는 제2의 '윤동주'라 불리며 부활한 민족저항 시인이며, 28살에 요절했다
권현희가 쓴 '소년아 봄은 오려니'의 책표지이다. 비비트리북스, 2020.
권현희가 쓴 '소년아 봄은 오려니'의 책표지이다. 비비트리북스, 2020.

 

소년아 봄은 오려니 /심연수

 

 

봄은 가처웠다

말랐던 풀에 새움이 돋으려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다

田地는 남의 것이 되었으나

씨앗은 너의 집에 있을게다

家山은 팔렸으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더라

재 밑에 대장간 집 멀리 떠나갔지만

끌풍구는 그대로 놓였더구나

화덕에 숯 놓고 불씨 붙여

옛 소리를 다시 내어 봐라

너의 집이 가난해도 그만 불은

있을게니.

서투른 대장의 땀방울이

무딘 연장을 들게 한다더라

너는 농부의 아들

대장의 아들은 아니래도......

겨울은 가고야 만다

계절은 順次를 명심한다

봄이 오면 해마다 생명의 환희가

생기로운 씨앗을 받더라

심연수시선집 寒夜記 (2017년 晟源)

우선 심연수 시인은 널리 알려진 시인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시를 감상하기 전 시인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나마 언급을 해야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인 소개를 먼저하려한다. 심연수 시인은 191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워낙 가정 경제가 빈한하고 일제의 핍박이 심해 8세 되던 해 가족 모두가 이국땅으로 이주해 갔다. 러시아, 북간도, 용정 등을 전전하면서 나라 잃은 동포들의 설움과 고통을 동포들과 함께 겪으면서 그의 정신세계가 애국 애족으로 단단하게 여물어져 갔다. 하여 강한 민족정신과 나라사랑, 독립에 대한 염원을 가슴에 품게 된다.

그의 시 곳곳에 애국, 애족, 자주독립에 대한 염원들이 녹아들어있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본대학 예술학부 창작과에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자필 시고집 ‘지평선’을 엮기도 하였다. 1945년 해방을 일주일 앞두고 영안에서 연변으로 돌아오던 중 날카로운 일제의 검문에 걸렸다. 항일 시가 들어있는 트렁크를 지키려다 아프고도 억울하게 피살되고 말았다.

‘소년아 봄은 오려니‘ 제목에서부터 희망이 느껴진다. 봄이 가까이 왔다는 건 길고도 지루한 겨울이 가고 있음을 확언하고 있다. 대상을 소년으로 지칭한 것도 그러하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요 희망이기에 시인은 봄이 가까이 왔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것은 조국이 곧 해방 될 것을 강력히 말하고 있다. 조상대대로 농부였다는 것은 분명 그 땅의 주인임을 명시하고 있는 듯하다. 전지는 남의 것이 되었지만 씨앗은 있다함은 땅은 빼앗겼지만 맥은 살아있으니 땅을 도로 찾을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서투른 대장의 땀방울이 무딘 연장 들게 함도 너 비록 어리고 나약해도 분명 광복을 이루어내고야 말리라는 묵시도 담고 있다. 계절은 순차를 명시한다고 말하고 있다. 겨울이 깊으면 봄이 오듯이 우주의 순리를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시인은 시어마다 항일과 독립의 염원을 담고 있다. 윤동주, 한용운, 이상화, 이육사와 더불어 암울한 시대가 낳은 최고의 민족 시인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본받고 널리 알리어 그들을 고귀하고 숭고한 뜻을 자손대대로 물려주어야할 것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