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04) 스마트 폰 중독엔 자제력이 약이다
[원더풀 시니어] (104) 스마트 폰 중독엔 자제력이 약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5.12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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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아파트에 혼자 사는 아흔을 넘기신 형수님이 내집에 오셔서 1번 큰 아들, 2번 작은 아들, 3번.... 예약번호 하나하나를 더듬어가면서 너무도 대견스러워 하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연락할 일이 있었다.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응답이 없어 은근히 걱정 되어 찾아가 보았다.

방에 있던 형수는 “글쎄 이놈이 ‘옹해야~’를 해야 하는데 ‘옹헤야~’는 안하고 덜덜덜 떨기만 하잖아.” 겁에 질린 모습으로 방바닥에 팽개쳐져서 빛이 번쩍거리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폰을 보며 벨소리가 진동으로 바뀐 사실을 이야기하고, 배를 움켜잡고 함께 웃었던 일이 생각난다.

이제 스마트 폰은 말 그대로 Smart(똑똑한)한 기기로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편리한 정도를 넘어서 꼭 있어야 되는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이동통신사에 의하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성인 10명 중 4명이 하루 3시간 이상 사용하며 청소년의 경우 평균 4시간 이상 사용하는데 주 1회 이상 부모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젠 전철 안에서도, 버스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운전하면서도 함께하는 기기가 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중독이라 할 수밖에 없고 이것 또한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다.

문제는 스마트 폰이 휴대용 PC로 현대인의 심리에 딱 맞는 기기가 되어 시간 장소에 구애 없이 손가락 하나만으로 정보, 대화, 게임 등 모든 것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만병통치약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뭐든 스마트 폰이 해결해주는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간단한 검색에서부터 내비게이션, 게임, 폰뱅킹, 주식 거래, 각종 상식 등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세상이다. 문자로 날아오는 지역별 코로나 확진자수, 백신 접종 일시 안내, 인터넷 물품 구매와 도착 정보, 블루투스의 등장과 함께 휴대폰, 노트북, 헤드폰 등의 무선연결로 라디오 뉴스나 노래 감상, 나아가 개인의 몇 년 전 동선까지도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모든 정보가 입력되는 무서운 기기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제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한다. 때로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퍼 나르기 좋아하는 지인들 때문에 짜증도 난다.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한 황당한 엉터리 뉴스들이 진짜 뉴스보다 더 빨리 전달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또한 범법 행위가 생기면 제일 먼저 폰 압수부터 한다. 정보 해킹으로 인한 숱한 가정 불화, 교통사고, 각종 범죄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건강관리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선 모든 것을 스마트 폰의 저장능력에 의존하다가보니 머리를 덜 쓰게 되어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게임 등에 빠져 고개를 장시간씩 숙이는 관계로 목 디스크, 시력 저하, 전자파 등 건강상의 문제점도 많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마주하여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서로간의 감정 교감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폰을 통한 의사교환은 만남이나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 이웃 간의 소통 등을 놓치고 스스로 자신을 폐쇄 해 대인관계를 멀리하고 나 홀로 생활에 길들게 하지는 않을까. 함께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게 되어있는 인간 세상이 의사소통만 하는 혼족 문화로 대인 기피증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제 스스로 절제가 필요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절대적이다. 스마트 폰 중독엔 자제력밖엔 약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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