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월정과 거연정이 시사하는 시니어의 길
농월정과 거연정이 시사하는 시니어의 길
  • 현태덕 기자
  • 승인 2021.05.07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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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호방한 기개를 펼치는 곳, 농월정과
자연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곳, 거연정에서
시니어의 길을 보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강천(일명 금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계곡을 지칭한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서 안의면까지 이어지는 60리 계곡이다. 이 계곡을 따라 기이한 바위, 반석, 담, 소, 노송 등으로 풍광이 빼어난 명소가 이어져 있다. 정자도 8개나 있으니 정자 문화의 고장이라고 자랑할만 하다. 이러한 정자 문화는 안동과 함께 함양이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것과 관련이 있으리라. 친한 벗과 함께 안의면에 있는 농월정과 서하면에 있는 거연정을 탐방하였다.

농월정은 남강천 하류 북쪽 산기슭에 있다. 계곡을 흐르는 물, 넓은 반석, 나무와 숲 등 자연의 풍광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있다. 농월정이라는 명칭답게 밤에는 달을 지켜보며 음풍농월하였을 것이다. 낮에는 학문에 정진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선비정신을 논하였을 것이다. 농월정 앞의 반석은 아주 방대하여 물이 많이 흐르지 않을 때는 수백 명이 모여 행사를 가졌을 것 같다. 지금도 농월정은 선비의 호방한 기개를 본받을 만한 대표적인 정자이다.

농월정 전경
농월정

거연정은 남강천 상류 하천의 자연 암반 위에 서 있다. 자연으로 들어가 물, 바위, 나무와 동화되기에 좋은 곳이다. 어느 유명 수필가는 “거연정에 한나절만 머무르면 마음도 그 경관을 닮을 것만 같다”라고 거연정의 역할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거연정에 앉아 주변의 물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면 신선의 경지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처럼 거연정은 내가 자연 속에 살아가고, 내 속에 자연이 존재하도록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어떤 이는 거연정을 “바위 위에 핀 부용화”라고 칭하였고, 조선의 어느 선비는 “화림동 계곡의 명승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랑하였다.

화림동계곡의 풍광에 넋이 빠져 일상을 잊어버리고, 집안에 갖혀 지내던 답답한 기분을 한순간에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시니어는 가능하다면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을 품고 살아야 즐거우리라. 그런데 계곡을 거닐어도 밥벌이 걱정하는 아들 세대, 장래 걱정하는 손자 세대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시니어가 세상사를 잊고 편안하게 건강을 지키며 즐겁게 생활하도록 정치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시니어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게 하는 정치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지 못한다. 시니어들이 벗과 동행하여 명승지를 찾고 정담을 나누며 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쪽에서 조망한 거연정
거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