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술' 사랑과 '꽃 그림'에 빠진 신재순 작가
'환경미술' 사랑과 '꽃 그림'에 빠진 신재순 작가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1.05.06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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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해온 반세기, '환경미술'과 '꽃그림' 사랑
젊은 작가들 작품 갤러리에 전시, 판매, 대여 등 통해
그림과 대중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가교역할 하고파

꽃피는 봄날, 꽃그림을 그리는 신재순(62) 작가를 만났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갤러리 나무’라는 대구아트파크(대구 남구 이천동) 3층의 전시관. 올봄 들어 몇몇 전시회를 찾아다니다가 화려한 꽃으로 수놓인 작가의 그림을 연달아 만났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기자가 아는 것만 해도 직함을 여러 개 갖고 있다. 갤러리 관장, NGO 회장, 교수, 심사위원, 예술위원, 감독 등 많은 직함 중 대표적인 직함이 무엇인지 기자가 물었다. 편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신 씨는 "‘작가’라는 이름이 가장 듣기 좋고, 뿌듯합니다"라며 웃었다.

갤러리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같은 건물 2층의 음악실 겸 회의실에서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작가의 그림세계'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이브의 정원'이라는 꽃그림 옆에서 편안하게 웃고 있는 신재순 작가. 허봉조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꽃그림 옆에서 편안하게 웃고 있는 신재순 작가. 허봉조 기자

-그림과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시작 되셨는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아마 초등학생 시절 그림대회서 상을 받으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것이 이어져 고등학교를 거쳐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림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과 함께 지낸 세월이 반세기라는 말씀인데요. 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시며, 전시회는 얼마나 하셨는지요?

▶작업은 주로 개인 공간인 화실에서 합니다. 40여 년 작업을 해왔으니, 전시회도 많이 참가했지요. 개인전은 15회 정도 개최했고요. 해외에서 50여 회, 중국․일본 등에는 직접 가서 전시를 했습니다. 대구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발,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한․중․일 국제아트페스티발을 비롯해 각종 기획전 100여 회와 여러 아트페어 등 단체전은 약 600여 회 참가와 개최를 해왔지요. 또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비롯해 대구, 울산, 포항, 광주, 경기도 등의 미술대전에서 100여 회 심사, 운영, 조직위원으로도 활동해왔습니다.

-‘대구환경미술협회’를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미술과 환경을 접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은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할 말이 참 많은 부분입니다. 환경미술 불모지인 우리 지역에 대구환경미술협회를 맡으면서 환경미술을 대구에 알리고, 뿌리내리도록 애를 썼지요. 이제는 어느 정도 대구에 환경미술이 정착되어,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구시 환경보전부문 공로상을 받았으며, 대구 지역미술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전, 300여 명이 참가한 초대형 페트병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및 재활용 이색 크리스마스트리전, 환경깃발전 등 미술을 통한 환경계몽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중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 미술총감독으로 이 지역에 공공미술을 접목해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페트병을 이용한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신재순 작가 제공
페트병으로 만든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신재순 작가 제공

-최근에는 꽃그림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꽃그림에 빠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나의 작품세계 ‘이브의 정원-그 화려한 탄생’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예순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꽃이 좋아진다. 고운 색과 향기를 전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게 이 세상 어디 있으랴!

고은의 시 <그 꽃>에서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시(전문)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화려한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꽃이 예쁜 줄 몰랐다. 세월이 한참 지나, 세상 풍상을 다 겪은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아마 나에게도 꽃은 그런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예쁜 꽃이 마음에 와 닿고 내 삶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줄 말이다.”

▶꽃씨를 뿌려 싹이 트고 자라면서 예쁜 꽃을 피우는 그 평범한 자연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환희와 감격과 인생을 보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제 원도 한도 없이 꽃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태초의 꽃밭, ‘이브의 정원’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입니다.

-꽃그림에 대한 작가만의 특별한 기법이나 접근방식을 여쭤보아도 될까요?

▶혹자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특히 에덴동산을 배경으로 한 아담과 이브를 즐겨 그렸다고 합니다. 이유는 누드화를 그릴 수 있는 핑계도 되고, 뱀이나 지식의 나무를 묘사할 때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방향을 달리합니다. 태초의 원시정원, 때 묻지 않는 순수한 에덴동산을 저 나름의 방식으로 묘사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원시자연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고, 특히 원색의 물감을 마음껏 뿌려보고 싶었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녹색 등 내안의 화려한 색들을, 화면에 꽃이라는 소재로 끌어내고 싶었던 것이죠.

고갱이 고흐를 피해 파리를 떠나 ‘남양 군도’의 하나인 타히티(Tahiti) 섬으로 가서 문명의 인습적인 형식들에 대해 회의하고 단순한 기교를 혐오하듯, 저는 인간의 열정처럼 힘차고 강렬한 원시자연을 그리기를 갈망했습니다. 자연을, 보다 솔직함과 보다 단순함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원시미술 추구, 형태 윤곽 단순화, 강렬한 색채 구사는, ‘나도 때로는 고갱과 일맥상통한다’고 우겨보고 싶습니다. 고갱의 프리미티비즘(Primitivism), 즉 기술적으로 고도로 단순한 형식과 강렬한 색채 등의 특징을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꽃의 형상을 물감으로 뿌리고, 그리고, 날카로운 도구로 긋고 강렬한 색채를 거침없이 페인팅하면서 여러 번의 중첩을 통해 깊이 있는 색을 표현하고자 다양한 공정으로 작업을 합니다. 대상의 형태보다는 색에 비중을 두어 대상의 표현방식을 재구성했어요. 이는 또한 액션 페인팅, 색면 추상 등 현대미술에 가장 근접한 조형성을 띄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 평론가인 그린버그(C. Greeberg)는 ‘회화를 이차원적인 평면예술을 가장 현대적인 조형 활동’으로 보았듯이 어쩌면 저의 이런 작업이 가장 현대적인 작업 형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래 오래 아름다운 꽃들과 화면에서 노닐고 싶습니다. 또 얼마 전부터 시작한 '이브의 바다'는 '이브의 정원'의 또 다른 파생 작품입니다.

어느 전시회장에서 만난 신재순 작가의 꽃그림. 허봉조 기자
어느 전시회장에서 만난 신재순 작가의 꽃그림. 허봉조 기자

-갤러리가 있는 ‘대구아트파크’에 대한 소개도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 대구아트파크는 예술인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공연장, 연회장, 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갤러리 관장을 맡으면서, 미술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벌이고자 합니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작품전시와 판매, 대여, 경매사업 등을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갤러리 나무'의 한쪽 벽면에 젊은 작가들의 소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허봉조 기자
'갤러리 나무'의 한쪽 벽면에 젊은 작가들의 소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허봉조 기자

작가의 그림세계에 대한 몇 편의 강의를 들은 것 같았다. 그림과 함께 성장하고 그림과 함께 세월을 보내다보니, 작가의 밝고 꾸밈없는 그러면서도 열정이 가득한 표정에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특히 환경미술과 꽃그림 이야기가 나오니, 할 말이 더욱 많은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게 보였다. 또한 젊은 작가들을 위해 작품 전시와 판매 등을 주선해준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같은데, 어려운 일을 찾아서 하시는 것은 아닌지.

신재순 작가(shinjs0829@hanmail.net)는 영남대학교 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대구미술협회 기획이사, 대구 동구문화재단 이사,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 문화예술위원, 환경미술협회 부이사장 겸 대구시지회장, 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수상실적 또한 풍부하다. 최근에 받은 상으로는 대구시미술대전 초대작가상, 스포츠서울 Best Innovation 혁신리더 선정, 대구지방환경청 선정 환경미술인상, 환경미술대상을 비롯해 대구시 환경보전부문 공로상 등이 있다.

향후 계획은 5월 16일(일)부터 19일(수)까지 서울 코엑스(COEX)의 ‘2021 조형 아트페어’ 참가가 예정돼 있으며, 9월에는 정부대구청사에서 재활용품을 이용한 ‘리사이클링 &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회’를 위해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꾸준한 작품활동은 물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작가와 고객 간의 가교 역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갤러리 나무’는 열린 공간입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작품 감상하시고, 음악도 듣고 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기자를 배웅하는 모습에 정감이 넘쳐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편안하게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대구아트파크(대구 남구 이천로 32길 36 ☎ 053-435-7701)는 도시철도 3호선 건들바위역 3번 출구 방향 '이천동미술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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