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공이 낚아 올리는 이팝나무꽃, 밀양 위량못
뱃사공이 낚아 올리는 이팝나무꽃, 밀양 위량못
  • 장희자 기자
  • 승인 2021.05.05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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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과 정자가 연못에 그리는 화폭(畫幅)
꽃 그림자를 낚아 올리는 뱃사공이 낙관(落款)을 찍고

 

이팝나무꽃이 위량못 물위에 잔잔하게 내려앉아 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면서 뱃사공을 불러 들인다.  장희자 기자

호수에 오면 내 마음이
맑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고향만큼이나 넉넉하게
받아주기 때문이다.
호수는 언제나 푸근하게
하늘과 구름과 산도 품는다.
산이 저토록 아름다운 건
호수에 몸을 담그기 때문이다.
사납게 뛰놀던 바람도
호수에 이르면 순해지지만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은
아직은 일렁거리고 있다.
호수에 나를 빠트리고
며칠만 잠겼다 다시 나오면
내 마음과 눈동자도
호수처럼 맑아질 것 같다.   

( 호수,   박인걸)

 

밀양 위량못은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량리 294번지 일대에 있다. 위량리는 밀양시 북쪽 화악산 자락에 있다. 자연 마을로는 내양마을과 구장마을이 있다. 위량지는 내양마을 앞에 넓게 펼쳐진 들판 중간에 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통일신라 시대에서 고려시대 사이에 축조된 연못이다위량(位良)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1931년 인근에 거대한 가산저수지가 들어서면서 본래의 수리 기능을 잃었다. 양야제(陽也堤)로 불리다가 1987년 5월 19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 167호 ‘위양지’로 지정되었다. 2018년 12월 20일 ‘밀양 위량못’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완재정, 완재정으로 이어지는 다리, 이팝나무가 어우러져서 한폭의 수채화가 되었다. 장희자 기자

5월 초가 되면 연못 가운데 있는 완재정(宛在亭) 정자 주변에 자라는 이팝나무 꽃이 핀다. 눈이 내려앉은 듯이 핀다. 꽃 반영이 위량못에 잔잔하게 내려앉아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다.

위량못은 2016년 제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 대회는 2000년부터 산림청, 생명의 숲 국민운동, 유한킴벌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어 알린다. 숲이 가진 경제, 환경, 문화자원과 같은 복합자원의 특성과 숲의 소중함을 되새긴다는 목적이다.

위량못은 전체 면적이 6만2천790이다. 둘레도 1를 넘었으나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연못 가운데 5개의 섬이 있고 섬을 연결하는 칠암교 등 작은 다리가 놓여 있다. 임진왜란 때 훼손된 이후 1634년 밀양 부사 이유달이 다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햇볕에 반짝이는 윤슬, 진경산수화를 연출한다. 장희자 기자

연못 제방 길에는 소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있다. 팔각정 휴게소, 초승달 모양 포토죤, 천사의 날개 의자 등도 둘레길 주변에 있다. 연못 둘레에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느티나무, 못 위로 꺾어진 수형의 버드나무, 속이 텅 비어 있는 고목 버드나무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연못 가운데 있는 완재정(宛在亭)은 안동 권씨 위량지 종중의 입향조인 학산(鶴山) 권삼변(1577~1645)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곳이다. 1900년 후손들이 위량못 안에 세운 정자이다.

선생은 10살 무렵 공부를 위해 산청에서 당숙부가 사는 밀양 위량리로 왔다. 16살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갔다. 10년만인 1604년 돌아와 학산정사를 건립하고 교육에 힘썼다. 학산은 "학이 고향에 돌아왔다"는 의미로 취한 호이다.

출입로에서 완재정을 바라본 모습. 장희자 기자

권삼변은 경치가 빼어난 위량못 가운데 있는 섬에 정자를 세우고 싶어 완재(宛在)라는 이름까지 지어 놓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 그의 뜻을 받들어 250여년이 지난 1900년에 후손들이 비로소 완재정을 지었다. 완재는 중국 시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완연하게 있다"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배로 정자에 출입했으나 후대(後代)에 다리를 놓아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완재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크기에 팔작지붕 건물로 온돌방과 대청을 두었다. 방은 필요에 따라 문을 여닫아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게 하였다.

이팝나무는 꽃이 필 때 이밥(쌀밥)처럼 보인다 하여 이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뒤에 이팝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꽃이 여름 길목인 입하에 핀다고 입하목으로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량못 정면에서 완재정을 바라본 모습으로, 저 멀리 내양마을 뒤편으로 화악산 줄기가 우뚝 솟아 있다. 장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