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금낭화
[야생화 이야기] 금낭화
  • 김동남 기자
  • 승인 2021.04.30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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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속에 품고 다니던 복주머니 닮은 꽃

부처님 오실 날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우리도 그분을 마중 가요하듯이 등불을 켜는 꽃이 있다. 금낭화이다.

도심의 가게 앞 화분에 정중하게 모셔져 있는 꽃들이 주로 금낭화이지만 사실 우리 나라의 웬만한 산이면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토종 우리의 꽃이다. 찾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여기도 저기도 방싯방싯 미소 짓고 있는 금낭화를 볼 수 있다. 금낭화 씨를 좋아해서 씨를 물고 온 천지를 돌아다니는 개미들 덕분이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고 사랑스러운 식물이다.

이 꽃의 놀라운 점은 그 가녀리고 긴 줄에 그렇게 많은 식구가 매달려있는데도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이 완벽하게 모두 다 보호하고 있다는 것.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서로 먼저 나서겠다고 다투지도 않는다. 하나 겹치는 형제, 자매 없이 순서대로 피었다가 순서대로 진다. 겸손과 순종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다운 모습이다.

우리는 이 꽃을 보며 세뱃돈을 받아 소중하게 챙겨 넣어두던 복주머니를 연상한다. 이름 그대로 비단 주머니이다. 그런데 붉은 꽃잎이 심장을 닮아 bleeding heart(피가 흐르는 심장)라는 무시무시한 영어명을 갖고 있다. 어째 꽃의 이미지하고는 동떨어진 것 같아 금낭화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하긴 우리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지만)

부종이나 상처를 치료할 때 약재로 쓰이고 사람에 따라 금낭화를 만지면 가벼운 염증이 생기는 수도 있다고 하니 예쁘다고 함부로 만지지 말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