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이팝나무
[방 기자의 포토 에세이] 이팝나무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1.04.30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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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슬픔이 있는꽃
봉덕시장 뒷편 옛길 1.5km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방종현 기자
봉덕시장 뒷편 옛길 1.5km 이팝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방종현 기자

이팝나무는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고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팝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내 남 없이 어렵던 때 이밥에 고깃국 먹는 게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조선왕조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 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이밥)은 ‘이(李) 씨의 밥’이란 의미로 ‘이밥’이라 했다는 설도 있어 이래저래 이팝나무는 쌀밥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이팝나무에 전해오는 애잔한 전설이 있다. 며느리가 제사상에 올릴 쌀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려고 밥알 몇 개를 입안에 넣었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제삿밥을 퍼먹었다며 며느리를 쫓아냈다. 며느리는 뒷산에서 목을 매 죽었고, 이듬해 며느리의 무덤가 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다. 흰 슬픔을 간직한 이밥의 전설이다.

고봉으로 담은 이밥(쌀밥)이 연상되는 이팝나무. 사진 현산 황영목.
고봉으로 담은 이밥(쌀밥)이 연상되는 이팝나무. 사진 현산 황영목.

이팝나무 아래로/ 강문숙

밥 먹으러, 아부지 우리 같이 가요

초록색 선명한 줄무늬 넥타이 매고

머릿기름 발라 올백으로 넘기고

이팝나무 아래로 저랑 같이 가요

백발이면 어때요

걸어온 길 자꾸 희미해지면 어때요

청춘을 건너오지 않은 백발

겨울 뚫고 오지 않은 봄나무 어디 있나요

얼마나 배고팠으면, 이팝나무 제 이름 서러운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퍼담기만 하는 저 하얀 밥송이

자꾸 흘리는 아이 머리통 쥐어박으며

저만치 봄날은 가네요

울다가 숟가락 놓치더라도

놓친 숟가락 다시 잡더라도

어둠이 내려 길마저 놓치기 전에

아부지, 우리 밥 먹으러 같이 가요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 뒤편 옛 가든호텔 건너편에서 미군 부대 이르는 길 약 1.5km에 이팝나무가 양쪽으로 가로수로 이어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