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102) 영화 ‘미나리’를 통해 본 가정과 조부모 역할
[원더풀 시니어] (102) 영화 ‘미나리’를 통해 본 가정과 조부모 역할
  • 김교환 기자
  • 승인 2021.04.2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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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판씨네마
출처; 판씨네마

93회 아카데미 시상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꿈을 안고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가족의 이야기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면서 아빠(제이콥)는 농장 경영의 부푼 꿈에 시골(아칸소)의 넓은 들판을 찾아 이동식 컨테이너 집에서 살게 된다. 맞벌이 부부로 아내(모니카)는 딸(앤)과 선천성 심장병의 아들(데이빗)을 돌봐줄 외할머니(윤여정)를 모셔오지만 미국에서 나서 우리말과 우리 문화에 서툰 아이들에겐 우리 음식, 우리 전통에 젖은 할머니가 할머니 같지 않다고 무시한다. 조손간의 사이가 갈수록 나빠지던 어느 날 손자는 컵에 오줌을 눠서 할머니에게 주고 달아난다. 그 일로 부모로부터 회초리로 벌을 받고 있는 손자를 보는 할머니는 몹시 마음이 불편하다. 한편 아빠는 농장에 물을 끌어 들이기 위해 대출을 받아가며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가는데 옷장 서랍을 열다가 다리를 다친 손자를 정성껏 치료해주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지만,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오른팔을 못 쓰게 된다.

모니카는 아이들과 어머니까지 부양해야하는 현실에 괴로워하며 아들이 좋아졌다는 의사 진단과 남편도 한인마트에 농작물 납품계약을 하지만 가족보다 농사일 우선에 불만이다. 혼자 집을 지키던 할머니가 뭐라도 집안일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드럼통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그만 불씨가 농작물 저장소에 옮겨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타고 있었다.

하나라도 더 꺼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죄책감에 어둠속을 힘없이 걸어가고 손자, 손녀는 할머니에게 가지 말라고 울며 매달려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방안에 흩어져 잠든 식구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할머니 모습에서 가족애를 느끼게 되고, 아버지와 아들은 할머니가 심어둔 냇가 미나리 밭으로 간다.

아무렇게나 씨를 뿌려둔 미나리가 파랗게 잘 자란 것을 보며, 할머니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탐스럽게 자란 미나리를 칼로 베어 바구니에 담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오늘날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과 함께 가족은 있으나 가정이 없는 핵가족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맞벌이 가족이 늘면서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조부모의 삶을 통한 지혜를 심어주는 밥상머리 인성교육의 장점과 아울러 일하는 젊은 여성들의 육아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서로 사랑하는 가족관계로 이어주는 장점도 크다. 그러나 이혼 등의 편부모 가정이 늘면서 본이 아니게 조부모의 손자녀 육아가 많아졌고 조부모 육아와 젊은 부모의 육아 사이에 충돌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우리 경북에서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날’로 제정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서로 만나서 정을 나누거나 전화 통화라도 권장하고 각 시,군 단체별 가족노래자랑대회, 가족 게임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가족의 울타리를 인식시키려 애썼지만, 지금은 잘 지속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영화 속 할머니처럼 미나리꽝에서 나뭇가지의 뱀을 보고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숨어 있을 때가 더 무서운 것이라는 삶의 철학으로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지도하고 끝없는 헌신과 이해 속에서 끝내 가족애를 찾는 끈기도 이 영화에서 우리 노년세대가 배워야 할 과제다.

또한 경제성장과 함께 산업, 정보화 사회로 아이들 세계와 노년세대의 문화격차가 우리를 더욱더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손자녀 세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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