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트· 피팅장비의 일인자, 해강산업 조진호 대표
샤프트· 피팅장비의 일인자, 해강산업 조진호 대표
  • 강효금 · 이원선기자
  • 승인 2021.04.2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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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정직하게
40여 년, 대화정공에서 쌓은 노하우 쏟아 파크골프채 만들어
우리나라 사람 체형에 맞는 맞춤형 제품 생산 꿈꾼다
말주변이 없다고 했지만, 샤프트에 관해서 조진호 대표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원선 기자
말주변이 없다고 했지만, 샤프트에 관해서 조진호 대표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원선 기자

 

“샤프트는 평생 애프터서비스가 되어야 합니다.”

대구시 북구 팔달로에 위치한 해강산업 조진호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자신을 기술자라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대표는 누구보다 그 제품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며, 영업은 아내인 이진숙 이사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품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생산과 품질관리를 맡은 사람이라 소개한다. 탄소섬유를 비롯한 특수원단에 대한 연구자로, 샤프트와 피팅장비에 관한 전문가로서 그의 삶이 궁금해진다.

- 샤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 부친이 샤프트 만드는 일을 하셨습니다. 옆에서 일을 거들며 배우기 시작한 것이 벌써 40여 년이 되어갑니다. 제가 아버지 옆에서 일을 배운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 아들이 일을 거들며 가업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파크골프채를 만드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샤프트를 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샤프트는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감는가 하는, 그 방법이 노하우입니다. 어떻게 말리는지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낚싯대부터 골프채와 파크골프채에 이르기까지, 샤프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손을 거쳐 나가는 샤프트는 고의로 파손한 것이 아니면, 평생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물론 사람의 손으로 하는 일인 만큼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감아놓은 실이 1~2년 만에 풀리는 경우는 불량입니다. 저는 탄소섬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합니다. 여태 수익이 발생하면 개발비로 재투자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위에서 너무 느린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저는 ‘천천히 가기’를 고집합니다.

벽에 걸린 갖가지 샤프트는 조진호 대표의 삶이자 열정이다.    이원선 기자
벽면을 채운 갖가지 샤프트는 조진호 대표의 삶이자 열정의 산물이다. 이원선 기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야 합니다.”

- 파크골프채 생산은 언제부터

▶ ‘해강’이라는 회사 이름을 그대로 써서 파크골프채를 생산한 지 6년째 됩니다. 나무는 결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헤드를 감나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구하고 보니 건조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표면만 건조되고 속은 말려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헤드를 단풍나무로 정하고 여러 번 실험하고, 생각하고 다시 실험해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샤프트도 유리섬유를 넣으면 단가가 낮아질 수 있겠지만, 저는 ‘품질’을 포기하기 싫었습니다. 대화정공의 피팅장비에서 쌓은 노하우를 파크골프채에 쏟아부었습니다. ‘해강’의 모든 샤프트는 올 카본에 고탄성 특수 원단이 더해져 만들어집니다. 대화정공이 개발한 자동화 기계를 도입하여 감는 속도가 정확해지며, 더 깔끔한 제품이 생산되었습니다. 때로 어떤 사람은 왜 값싼 보급형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저는 말합니다.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이 받는 몸의 충격을 흡수하고, 탄성을 높이기 위해 좋은 원단은 필수라고. 파크골프채에서 샤프트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샤프트가 파크골프채의 생명입니다.”

- 파크골프채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쓰는 것은

▶ 요즘은 눈에 보이는 것, 외적인 것에 집중하다 보니 디자인에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기 좋은 것, 중요합니다. 저는 디자인만큼이나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샤프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헤드가 말 그대로 머리를 차지한다면, 샤프트는 척추가 되지요. 샤프트가 공을 칠 때 일정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어깨나 팔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저는 대표이기 전에 제품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생산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40년이라는 세월이 안겨준 경험으로,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꼭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제 직감을 믿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폐기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지-스텔라(G-STELLA)와 드래곤(DRAGON), 다이나믹(DYNAMIC) 제품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샤프트와 피팅 전문가로서 삶

▶ 매년 1월이면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올랜도 골프쇼’가 있습니다. 1년 전에 예약해야 하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MFS의 협력업체 자격으로 올랜도 골프쇼에 참가했습니다. 세계적인 골프쇼로 장비와 골프채, 가방, 신제품 등 한 해 골프시장의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장이기에 제게는 꼭 필요하면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멕시코와 미국, 중국 칭다오(靑島)· 주하이(珠海) 등을 다니며 골프채와 피팅장비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피팅장비에 대한 관심은 30여 년 전에 미국에 있던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피팅장비는 모두 미국에서 수입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때 친구가 네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피팅장비 두 대를 보내왔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보람 있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며 찾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파크골프도 이제 개인별 맞춤형 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진호 대표의 곁에는 이진숙 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서로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다.    이원선 기자
조진호 대표의 곁에는 늘 이진숙 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다.
이원선 기자

 

“일본인 체형에 맞춰진 기준에서 벗어나, 개개인을 위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으면 합니다.”

- 파크골프채를 치는 사람의 체형에 맞춰 생산하는 그런 시스템 개발은

▶ 하나의 파크골프채가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저는 많은 공을 들입니다. 몇몇 프로에게 시타 채를 주고 두 달 이상 테스트하며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렇게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오기 위해서, 서울에 있는 파크골프협회에서 모델마다 200만 원씩을 내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 해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이 비용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파크골프채의 모든 기준이 파크골프의 종주국인 일본 자료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우리나라 파크골프 인구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사람 체형에 맞춘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게 골프채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에게 딱 맞는 골프채를 만들어주며, 저도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이제 파크골프채에 대한 기준에도 변화가 일어났으면 합니다. 자신의 키와 체격에 맞춘 파크골프채를 가지고 운동한다면, 그 기쁨도 결과만큼이나 커지지 않을까요?

많이 가리고 말도 어눌하다며 인터뷰가 어색하다는 조진호 대표의 곁에는 평생 반려자인 이진숙 이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남편은 개발자이자 생산 전 과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아내는 교육과 영업을 담당하며 교육 강사와 홍보로. 살뜰하게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두 사람이 ‘해강’을 따뜻한 사랑으로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