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촬영음 개선 방안
스마트폰 촬영음 개선 방안
  • 현태덕 기자
  • 승인 2021.05.03 1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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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카메라의 촬영음 표준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니
촬영음 설정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라!

 

외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특이한 경험을 한다. 기자가 스페인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셔터음이 들리지 않았다. 사진기 프로그램이 고장인가 싶어 다시 촬영해보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전화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여행 기간 내내 촬영음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귀국하여 사진을 찍으니 다시 셔터 소리가 났다.

문제는 전화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셔터의 동작과 함께 찰칵 소리가 발생하도록 규정한 표준규격이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전화기로 사진을 찍을 때는 60~68dB 크기의 촬영음이 발생하도록 하는 표준규격을 제정하여 200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이 표준규격에 따라 전화기의 진동모드나 무음모드에서도 찰칵 소리가 나도록 제품을 만들었다. 이후 방송통신표준심의회가 2011년 6월 20일 사진기의 촬영음 크기를 국가표준으로 제정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정지 영상 또는 동영상 촬영기능이 내장된 이동전화기로 발생할 수 있는 오용, 남용 및 부정적인 사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촬영음 크기를 60dB에서 68dB 사이로 제한”하는 것이다. 다만 이 국가표준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전화기 제조업체는 아직도 구속력이 있는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촬영음 발생
스마트폰 촬영음 발생

 

전화기 카메라의 촬영음에 대한 민간표준 또는 국가표준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첫째, 전화기 카메라의 부정적인 사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촬영음을 반드시 발생하여야 한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다. 이 표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여 어겨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오로지 전화기 제조업체만 이 표준을 준수하고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몰래 찍을 수도 없다. 그런데 구태여 촬영음을 내야 한단다. 더구나 부정적인 목적을 위하여 소리를 내면서 사진을 찍을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정적인 목적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있으니 이 표준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항에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강제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더구나 촬영음 표준은 스마트폰 카메라 이용자를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인권적이다.

둘째, 세계화에 역행한다. 스마트폰 촬영음에 대한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은 사용자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중에서 한국과 일본만 전화기의 촬영음을 강제하고 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서 전화기로 사진을 찍을 때 발생하는 소리로 주변의 이목을 끌어 곤혹스러웠다는 민원이 전화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로 쇄도하였다. 삼성전자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외국에 체류할 때는 자동으로 촬영음을 무음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넣었다. 세계적 표준에 부합되지 않는 국가표준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어서 불필요한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미국에서 구입한 전화기는 한국에서 사진을 찍어도 촬영음이 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촬영 허가가 없어도 촬영 행위를 고의로 숨기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를 도둑 촬영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셋째, 전화기 카메라의 촬영음에 대한 표준은 소리를 내지 않고 촬영하고 싶은 많은 이용자를 불편하게 한다. 조용히 사진을 찍어야 할 개인적인 경우가 많이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문서, 신문, 잡지, 서적 등에서 중요 부분을 촬영하고 싶을 때 소리가 나면 불편하다. 도서관, 수업 중인 교실, 강연장, 회의장, 대중교통 등에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사진을 찍고 싶을 때도 소리가 나서 당혹스럽다. 극소수의 부정적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절대다수의 일상적인 사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넷째, 전화기 촬영음이 발생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실상 무력화 되었다. 이러한 규제는 스마트폰 이전의 다기능 전화기인 피처폰에는 효력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갤럭시S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무력화되었다. 촬영음을 발생하지 않는 응용프로그램(앱)을 사용자가 설치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무음 카메라 앱도 등장하였다. 촬영음 60dB은 1m 정도의 거리에서 말하는 통상의 대화 소리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성능이 좋은 줌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100m 떨어진 피사체를 찍으면 피사체가 있는 곳까지 촬영음이 들리지 않는다. 피사체가 2km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30배 줌으로 촬영하면 아주 선명한 사진이 찍힌다고 한다.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 S21 울트라는 광학줌과 디지털줌을 융합한 하이브리드줌으로 피사체를 10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촬영음 규제를 소용없게 해버렸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지식도 계속 발전되어 카메라의 촬영음 설정을 간단히 조작해 시스템 소리에 연동시킨다. 시스템을 소리모드로 설정하면 촬영음이 발생하고, 진동모드나 무음모드로 설정하면 촬영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데 스마트폰의 촬영음으로 부정적인 사용을 예방하겠다는 규제는 허망한 일이다. 촬영음을 무음화하는 절대다수 국가의 추세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오용, 남용 및 부정적인 사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촬영음 크기를 60dB에서 68dB 사이로 제한한다는 표준은 무용지물로 사용자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본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그 효과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더구나 스마트폰 사용자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어 반인권적이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무용지물이 된 스마트폰 촬영음에 대한 표준을 개선하는 방안은 아주 간단하다. 그 방안은 바로 사진 촬영음 설정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전화기에서 촬영음을 활성화하여 발생하게 설정할 수도 있고, 촬영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활성화할 수도 있는 선택권을 사용자에게 주면 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 사진 촬영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촬영음을 조정하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촬영음을 스마트폰 기기의 소리에 연동시키는 방안이다. 즉, 소리모드를 벨소리로 설정하면 촬영음이 들리고, 진동이나 무음으로 설정하면 촬영음이 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어느 방안을 채택하든지 촬영음 조정권은 전화기 사용자에게 주어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술과 문화, 인간의 지식과 의식 수준이 발전하면 법과 규정도 그에 부합되도록 변경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촬영음이 발생하도록 규정한 표준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실익 없는 규제를 가급적 신속히 개선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하다.